가톨릭 뉴스
매체명 국제신문 
게재 일자 2017.04.07 11면 

 

윤기성 신부의 사목 이야기 <15> 성주간

고통받는 이에게 자비와 사랑을

    
 요즘 우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뉴스를 통해 법정 영상을 유난히 많이 봤다. 재판관이 중앙에 앉고 그 반대편에 피고인이 앉아 있으며 왼편에는 그 피고인의 혐의를 고발하는 검사가, 오른편에는 그 피고인의 변호인이 앉는다. 천주교 신자들도 사순시기가 되면 고해소라는 법정에 선다. 하지만 사회의 법정과 달리 고해소에서는 피고인 자신이 변호사이자 검사가 되어 자비로우신 하느님 앞에 무릎을 꿇고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하느님의 용서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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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목포 신항만에서 육상 거치를 위해 접안하는 세월호를 바라보는 유가족. 연합뉴스


이번 사순시기 저도 고개를 숙이고 자비로우신 하느님께 천주교 사제이면서도 자신의 편안함을 찾았고 복잡한 일에 얽히기 싫어 사회 약자들의 아픔에 무관심했으며 실패하고 다칠까 두려워 더 용서하고 더 사랑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돌아오는 한 주는 천주교 신자들이 기념하는 성주간, 즉 거룩한 주간이다. 그 거룩함이란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부터 십자가 위에서의 죽음과 부활 사건을 기념하는 예식에 점잖게 관객으로 참여함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성경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팔마 가지를 흔들며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시던 예수님을 환영하고, 최후만찬에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던 예수님께서 우리의 발도 씻어주시도록 우리 발을 내밀며, 죄인으로 판결 받은 예수님을 놓아주려는 빌라도를 향해 "십자가에 못 박으라" 고 외치는 것이다.

또 예수님을 조롱하고 침을 뱉었던 군인이 되어보고, 넘어지신 예수님에게 자신의 수건을 내밀었던 베로니카가 되어보며, 십자가를 함께 지고 언덕을 올랐던 시몬이 되어본다. 십자가 아래에서 눈물을 흘리던 막달라 여자 마리아가 되어보고, 피투성이 시신을 안고 자신의 아들이자 주님인 예수님께 기도하던 마리아가 되어보며, 향료를 들고 무덤으로 향하던 여인이 되어본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 줄 것만 같던 누군가를 향해 헛되이 열광했던 자신, 가장 보이기 망설여지는 상처를 누군가에게 내보였을 때 위로받았던 자신, 다른 사람에 휘둘려 죄 없는 약자를 처벌하라고 외쳤던 자신을 본다. 스스로를 방어할 힘이 없는 사람에게 분풀이했던 자신, 오해받을까 두려워 아무도 도와주지 않으려는 상황에 있던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었을 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쁨을 경험했던 자신, 또 그 사람의 짐을 함께 나눠졌던 자신을 본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무 죄가 없음에도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고 울었던 자신,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슬퍼했던 자신, 사랑하는 사람이 그리워 그의 무덤을 찾았던 자신을 본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세상의 먼지에 덮여 잊고 살았던 자신의 아름다운 마음을 회복한다. 현장 속으로 들어가 자신을 바라보고 하느님을 닮은 자비로운 마음, 즉 거룩한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다. 
 
세월호를 3년이 지나서야 끌어올렸다. 우리 사회가 이번 성주간을 통해 자비롭고 거룩한 마음을 회복했으면 좋겠다. 또한 우리 사회의 작은이들의 아픔에 눈감았던 자신도 다시 일어나 거룩해질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워주면 좋겠다. 바로 국제신문 독자들이 우리 사회의 버림받은 또 다른 예수를 향해 손을 내민다면, 우리가 넘어지고 버림받았을 때, 누군가도 손을 내밀어 우리를 일으켜 줄 것이다.

 

cpbc 부산가톨릭평화방송 총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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