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명 | 국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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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 일자 | 2019.01.17. 6면 |
독일출신 ‘달동네 성자’, 빈민구제·교육 한평생
2017년 선종 하 안토니오 몬시뇰
국제신문 오광수 기자 inmin@kookje.co.kr | 입력 : 2019-01-17 19:17:06 | 본지 6면
부산 남구 우암동 동항성당 뒤편에서 바라다 본 부산항 일대.
동항성당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출사지이지만,
‘우암동 달동네 성자’로 불리는 하 안토니오 몬시뇰의 삶을 되새겨보는 것 역시 중요하다.
김종진 기자
부산 남구 우암동 동항성당 뒤편 주택가의 이른바 ‘조망 포인트’. 한 주민과 구청 직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사진 촬영용 발 디딤대 설치를 놓고 한창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현재 조망 포인트에는 콘크리트 포장 경사길에 철제 난간이 설치돼 있는데, 이것 때문에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안전을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였다. 동항성당 예수상 너머로 한눈에 들어오는 부산항 북항 일대 야경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동항성당의 스토리는 ‘유명한 출사지’에서 끝나지 않는다. ‘우암동 달동네의 성자’로 불리는 하 안토니오 몬시뇰(1922~2017·사진)과 그가 몸담았던 동항성당의 이야기다. 1954년 11월 설립된 동항성당은 6·25전쟁 이후 지역 빈민 사업과 사회복지 사업에 큰 역할을 했다. 그 중심에 하 안토니오 신부가 있었다.
하 안토니오 신부가 부산 우암동 판자촌에 도착한 것은 1958년 7월. 독일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지 3개월 만인 36세 때였다. “당시 우암동 일대에는 전국에서 몰려든 수많은 피란민이 살았다. 모두 너무 가난했다. 미군 원조품인 옥수수와 밀가루, 독일에서 보내온 옷가지를 집집을 돌아다니며 나눠주는 일부터 시작했다.” 하 신부가 생전에 한 인터뷰에서 밝힌 동항성당 부임 당시 회고담이다. 그가 창설한 ‘티 없으신 마리아 성심 수녀회’의 관계자는 “신부님이 빈민 구제 사업을 운명처럼 시작했다. 우암동에서 신부님의 도움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옷을 배급한 다음 날 주민들이 똑같은 옷을 입고 나온 적도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하 안토니오 신부는 가톨릭교회 국제단체인 ‘파티마의 세계사도직(푸른군대)’ 한국본부를 설립했고, 길거리를 배회하던 소년·소녀 장애아 7명을 사제관에서 직접 키웠다. 또 독일에서 보내온 재봉틀 10대를 밑천으로 봉제 교육을 하다가 1965년 동항성당 옆에 한독여자실업학교(지금의 부산문화여고)를 세웠다. 한독여자실업학교가 해운대로 옮겨가자 1977년에는 그 자리에 조산원을 설립, 문을 닫을 때까지 신생아 2만6000여 명의 출산을 도왔다. 그는 2005년 교황 베네딕토 16세로부터 가톨릭교회 명예 고위직인 몬시뇰에 임명됐다.
오광수 기자 inmi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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