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한겨레 
게재 일자 2019.04.15 
‘임실치즈 아버지’ 지정환 신부 선종

벨기에 출신…1959년 한국 도착
척박한 산골이었던 전북 임실서 주민과 한국 최초 치즈공장 설립
1970년대 유신체제에 저항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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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치즈’를 탄생시킨 지정환(본명 디디에 세스테벤스) 신부가 13일 오전 선종했다.
사진 천주교 전주교구 제공


한국 최초의 치즈인 ‘임실치즈’를 탄생시킨 지정환(본명 디디에 세스테벤스) 신부가 13일 오전 9시55분 선종(서거를 뜻하는 천주교 용어)했다. 향년 88.

1931년 벨기에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8년 사제 서품을 받은 뒤, 이듬해 12월 한 달 이상 배를 타고 부산항으로 건너온다. 전쟁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한국에서 선교 활동을 하기로 한 것이다. 전주 전동성당 보좌신부를 거쳐 1961년 7월 전북 부안성당 주임신부가 된 고인은 3년 동안 농지 30만평을 개간해 농민들에게 나눠주었다. 1964년 전북 임실성당 주임신부로 부임한 이후, 지역 주민들과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땅도 적고 척박한 지역이었던 임실은 전북에서도 가장 가난한 곳이었다. 고인은 유럽에서 치즈 제조법을 배우는 등 3년간 노력 끝에 1967년 한국 최초의 치즈 공장을 설립했다. 1970년대 유신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이로인해 추방될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농촌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돼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고인은 1970년대 다발성신경화증 발병으로 오른쪽 다리에 마비가 오는 등 건강이 나빠지자 1981년 벨기에로 떠났다 1983년 한국으로 돌아온다. 이후 전북 완주에 중증 장애인을 위한 재활센터 ‘무지개의 집’을 설립해 사회봉사활동을 이어갔다. 지난 2016년 정부는 한국 사회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한 공로를 인정해 고인에게 한국 국적을 부여했다. 지난 2007년 고인은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이런 걱정을 남기기도 했다.

“그때(부임 당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한국사람들이 잘 살게 됐는데, 과연 그때보다 더 기쁘게, 더 행복하게 살고 있느냐? 만족도 감사도 하지 않아. 하느님이 인간을 창조할 때 행복을 위해 했고, 내가 한국에서 간척하고 치즈 만들고 한 것도 행복을 위해서였는데, 그렇다면 이거 실패한 것 아니여?”

고인의 빈소는 전주 중앙성당, 장례미사는 16일 오전 10시 전주 중앙성당에서 거행된다.
(063)277-1711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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