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부산일보 
게재 일자 2018.06.20. 28면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학의 길] 14. 부산가톨릭대 김영규 총장
"미래 핵심 역량은 지성·인성·공동체성"

 

김마선 기자 msk@busan.com 입력 : 2018-06-19 [19:11:26] 수정 : 2018-06-20 [08:50:15] 게재 : 2018-06-2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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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가톨릭대 김영규(57) 총장은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새로운 패러다임이 매일 전개되는 세상에서도
인간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자질과 능력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간이 중심인 세상이 되어야 한다"면서
"각자의 위치에서 기본에 충실하면 걱정할 것 없다"고 밝혔다. 강원태 기자 wkang@

 

착각이었을까. "대충 가다보면 찾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근처에 오니 헷갈렸다. 지난 7일 부산 금정구 부곡동 부산가톨릭대 근처에서 구글 지도를 열었다. 지산교정, 신학교정, 메리놀교정 등 캠퍼스 3개가 떴다. 결국 직원에게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냈다. 금세 "지산교정으로 오시라"는 답이 왔다. 본관보다 먼저 보건과학관이 나타났다. 이날 오전 총장실에서 만난 부산가톨릭대 김영규(57) 총장은 "1999년 지산대(간호보건대)와 부산가톨릭대가 합쳐 탄생한 것이 지금의 부산가톨릭대"라고 설명했다. 이 대학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길을 어떻게 닦고 있을까.

 

지난해 'CUP Action Plan+' 도입

창의 등 6가지 역량 인증제 운영

개인별 진로카드로 맞춤형 관리

 

종교 강요 않고 따뜻함 강조

"각자 위치서 기본 충실해야"

 

인간과 기계의 관계 설정

 

김 총장은 '과학기술 중심'4차 산업혁명 담론을 먼저 문제로 꼽았다. "4차 산업혁명은 한계에 봉착한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로 모색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성 상실 등 인간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스럽게 보고 있습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이 인간과 기계의 관계. "3차 산업혁명(정보통신혁명)부터 인간과 기계의 관계에 대한 고민은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사람에 대한 고민이 부족합니다. 앞으로 인간이 중심이 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과학자들만의 역할로는 안 됩니다."

 

화제는 사람으로 넘어갔다. 김 총장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본이라는 단어는 김 총장과의 인터뷰 동안 여러 번 등장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어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새로운 패러다임이 매일 전개되는 세상에서도 인간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자질과 능력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김 총장은 4차 산업혁명에 맞춰 강조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인간이 본래 갖춰야 할 것이라고 봤다. 스스로 습득한 지식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 다른 분야와의 연계를 통한 해결 능력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김 총장은 "이런 것이 결국 창의성이고, 융복합 능력이다""여기에 기본적인 인성 역시 중요한 자질"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또 "기술을 바르게 쓰기 위한 고민이 중요하다""앞으로 기술 사용자 교육, 책임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천주교 부산교구에 소속된 만큼 종교적 색채도 느껴졌다. 김 총장은 도덕적인 삶, 타인에 대한 배려·이해를 빼놓지 않았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담당하고자 하는 자세, 헌신하고 봉사하고자 하는 태도 역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총장은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학의 방향을 요약했다. "지적 능력을 키우는 것이 기본적인 역할이지만 타인과의 소통 능력, 도덕성과 인문학적 소양도 함께 교육하는 것이 대학의 책무입니다."

 

지성, 인성, 공동체성

 

부산가톨릭대는 지난해 'CUP Action Plan+'을 만들었다. CUP는 부산가톨릭대의 영문 이니셜. 학생들이 갖춰야 할 핵심역량으로 창의·융복합·소통·도덕·공동체·국제화 등 6가지를 정했다. 이를 2개씩 묶어 '삼위일체형 핵심역량'(TCC·Trinitas Core Competency)이라고 부른다. 창의·융복합 능력을 나타내는 '지성', 소통·도덕 능력을 나타내는 '인성', 국제화·공동체 능력을 나타내는 '공동체성'이 그것이다. 나아가 TCC인증제도 운영한다. 김 총장은 "학생들은 졸업할 때까지 교과, 비교과 활동 등을 통해서 세 가지 인증을 모두 취득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인증을 획득하지 못했다고 해서 졸업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김 총장은 "과목마다 6개 핵심 역량에 대한 일종의 지수가 있는데, 나중에 평가를 해서 특정 역량이 부족하면 보완한다""현재까지 분석하기로 국제화 역량이 다소 부족한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교양교육을 전담하기 위해 3년 전쯤 설립한 것이 트리니타스칼리지이다.

 

부산가톨릭대는 작지만 강한 대학이다. 2015년 교육부의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부울경에서 유일하게 최우수 A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취업률은 74.5%였는데, 부산 지역 대학 중에서 1, 졸업생 1000명 이상 전국 대학 중 4위를 기록했다. 간호보건 계열이 취업율을 높이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그 외 학과에서도 취업률이 높다는 게 대학 측의 설명이다. 김 총장은 "모든 학생은 입학하면 개인별로 진로카드를 만들어 체계적으로 관리를 받는다""취업한 이후에도 관리를 받기 때문에 유지취업률도 높다"고 귀띔했다. 최근에는 고교교육 기여대학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가톨릭계대학교 소속으로 부산가톨릭대를 비롯해 서강대, 가톨릭대, 대구가톨릭대, 가톨릭관동대 등 5곳이 있는데, 올해부터 대학 간 학점교류도 추진할 계획이다.

 

기본에 충실하자

 

부산가톨릭대는 교수와 학생들 간의 관계를 특히 강조한다. 그 관계는 특히 상담을 통해 주로 이뤄진다. 김 총장은 "우리 학교에서는 심지어 부모 이혼에 따른 상담까지도 한다""학생 면담 결과는 꼭 기록으로 남기는데, 나중에 교수 평가 때도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재학생들이 평균 6회 정도의 상담을 하고, 교수와 학생들의 이런 관계는 졸업 이후에도 이어진다고 한다. 김 총장은 "대학 학술제에 참여하는 졸업생도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1964년 설립된 부산가톨릭대는 천주교 부산교구 소속이다. 부산교구에는 부산가톨릭센터, 메리놀병원, 부산성모병원, 평화방송(PBC), 오순절평화의마을, 복지법인 카리타스 등이 있다. 학교법인 성모학원에는 데레사여고, 성모여고, 지산고, 대양전자정보고도 있다. 특히 소속 병원에서는 학생들의 실습도 이뤄져 시너지 효과를 거둔다.

 

가톨릭 계열 대학이지만 학생들은 종교적으로는 자유롭다. 김 총장은 "원래 카톨릭이라는 말이 보편적이라는 뜻이며 선교 목적으로 대학을 설립한 것이 아니다""채플 수업은 없고, 입학할 때 축하 미사를 하는 게 거의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교직원들에게도 종교를 강요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따뜻함을 강조하는 대학의 분위기가 알게 모르게 학생들에게 스며든다는 게 김 총장의 생각이다. 김 총장은 "원래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 우리의 정체성"이라며 "각자의 위치에서 기본에 충실하면 세상은 잘 돌아가게 돼 있다"고 말했다.

 

김마선 기자 edu@busan.com

 

 

김영규 총장은

 

196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광주가톨릭대 신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따고, 대만 보인대에서 철학과 박사 학위를 수료했다. 1990년 서면성당에 보좌신부로, 1992년 언양성당에서 주임신부로 근무했다. 2005년 부산가톨릭대 교수로 와서 2015년 총장에 임명됐다. 김 총장은 인터뷰를 하던 날, 신부의 상징인 '로만 칼라' 차림이었다. 총장실 벽에는 예수 십자가를 사이에 두고 프란치스코 교황과 황철수 부산교구장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 김 총장은 "현 교황은 성()과 속()의 구별 없이 세상 속의 교회를 지향해 일반인에게도 유명한 분"이라며 "유럽 출신과 달리 남미의 가장 가난한 지역의 주교를 맡았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한국가톨릭계대학교총장협의회 회장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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