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평화신문 
게재 일자 1436호 2017.10.22 
[부음] 하 안토니오 몬시뇰, 한반도 평화와 가난한 이웃 위해 헌신한 벽안의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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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교구 총대리 손삼석 주교가 16일 주교좌남천성당에서 봉헌된 하안토니오 몬시뇰 장례 미사에서 고별 예식을 하고 있다.
부산교구 전산홍보국 제공 

부산교구 원로사목자 하 안토니오(Trauner Josef Anton) 몬시뇰이 14일 숙환으로 선종했다. 향년 95세. 

사제로서 평생 하느님과 성모님께 충실하며 한반도 평화와 가난한 이웃을 위해 헌신한 고인은 포르투갈 현지 시각으로 파티마 성지에서 100년 전 성모님이 마지막으로 발현한 것을 기념해 야외 묵주기도 행렬을 마칠 무렵 투병 중이던 부산 메리놀병원에서 선종했다. 이날은 고인의 생일이기도 했다. 

고인의 장례 미사는 16일 주교좌남천성당에서 부산교구장 황철수 주교와 총대리 손삼석 주교, 전 마산교구장 박정일 주교, 전 의정부교구장 이한택 주교를 비롯한 교구 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봉헌됐다. 장례 미사에는 신자 4000여 명이 참여해 고인을 추모했다. 

교구장 황철수 주교는 “하안토니오 몬시뇰의 힘은 하느님을 향한 믿음에서 나온 것”이라며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으라’는 복음 말씀에 따라 몬시뇰을 주님께 믿고 맡겨드리오니, 이제는 본고향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릴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애도했다. 고인은 양산 천주교공원묘원에 안장됐다. 

고인은 북한에서 선교 활동을 하다 추방된 성 베네딕도회 상트 오틸리엔 연합회 선교사들에게 한반도 사정을 듣고 사제품을 받은 지 3개월 만인 1958년 7월 한국으로 건너와 부산교구로 입적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통신병으로 스트라스부르크 전투에 참전했다가 4년간 포로 생활을 겪었기에 평화가 절실한 곳에서 사목하고 싶어 했다. 그는 일본에서 비료를 실은 화물선을 타고 부산항에 입항하면서 전쟁의 상흔이 아물지 않은 한반도에 복음의 씨앗을 자라게 하는 거름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부산교구 동항본당 초대 주임으로 한국에서 첫 사목을 시작했다. 당시 본당이 관할하던 부산 우암동은 판자촌이었다. 그는 개인 재산을 털어 밀가루와 옷을 사서 피난민들에게 나눠주고 전쟁고아들을 돌봤다. 가난한 학생들의 자립을 위해 1965년 기술학원도 세웠다. 후원받은 재봉틀 10대가 밑천이 된 이 학원은 한독여자실업학교의 모태가 됐고, 현재 부산문화여고로 남아 있다. 그는 1977년 조산원을 세워 1992년 폐업할 때까지 신생아 2만 6000여 명의 요람이 돼 줬다. 

‘달동네의 성자’로 존경받아온 그는 파티마의 티 없으신 성모 신심을 한국 교회에 보급하는 데 앞장섰다. 1964년 파티마의 세계 사도직(푸른군대) 한국본부를 조직한 그는 한반도의 평화 통일과 우리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 운동을 펼쳐 왔다. 1974년부터 해마다 파티마의 성모 첫 발현일인 5월 13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평화 통일 기원 미사를 봉헌해 왔다. 또 1978년 한국 마리아 사제 운동을 처음으로 시작했고, 1986년 티 없으신 마리아 성심 수녀회를 설립했다. 2015년에는 북방 한계선에서 불과 2.5㎞ 떨어진 문산읍 마정로에 파티마 평화의 성당을 지어 봉헌했다. 아울러 교회 일치 운동에도 헌신했다. 

2005년 7월 몬시뇰에 서임된 그는 2011년 부산 명예시민이 됐고, 2015년 국민 추천 포상 수상자로 선정돼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기도의 힘으로 피 흘리지 않고 통일을 이뤄낼 수 있다”며 늘 묵주기도를 권한 고인은 “북한에 가 보고 싶다”는 소원을 끝내 이루지 못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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