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국제신문 
게재 일자 2017.10.15. 7면 
평생 아낌없이 주고 떠난 ‘빈자의 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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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9년 동항성당 주임신부 부임
- 부산 빈민구제·교육사업 헌신
- 오늘 남천성당서 장례미사


평생을 빈자와 약자 구제를 위해 부산에서 헌신한 푸른 눈의 신부가 눈을 감았다. 천주교 부산교구는 원로 사제인 하 안토니오 몬시뇰(사진)이 지난 14일 새벽 4시께 선종했다고 15일 밝혔다. 향년 95세.

1922년 10월 14일 독일 남부 베르팅겐에서 태어난 하 안토니오 신부는 36세이던 1958년 7월 5일 부산항에 입국했다. 북한에서 선교활동을 한 독일 지베르트 신부에게 남한의 어려운 상황을 듣고 부산행을 결심한 것이다.

하 안토니오 신부가 1959년 10월 7일 부산 남구 동항성당의 주임신부로 부임했을 때 부산의 상황은 처참했다. 돼지우리에서 지내는 피란민도 있었다. 하 안토니오 신부는 화물선을 타고 한국에 처음 올 당시 화물선에 가득 실린 비료를 보며 “한국을 위해 비료가 되자”고 다짐했던 대로 평생을 활동했다. 독일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지 3개월 만이었다.

판자촌에 정착한 그는 결심대로 평생을 빈민구제와 교육사업에 헌신했다. 사재를 털어 밀가루와 옷을 사들여 피난민에게 나눠주고 전쟁고아를 돌보고 가르쳤다. 1964년에는 가톨릭교회 국제단체인 ‘파티마의 세계사도직(푸른 군대)’ 한국 본부를 창설했다. 

1965년에는 성당 옆 터를 구입해 현 부산문화여자고등학교의 전신인 한독여자실업학교를 설립했다. 일자리가 없어 어려워하는 여성들을 위해 직업교육기관을 직접 만든 것이다. 

1977년에는 가난한 산모와 그 아이를 위해 조산원도 개원했다. 1992년 폐업하기 전까지 2만6000여 명의 신생아들이 새 생명을 얻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5년에는 교황 베네딕토 16세로부터 가톨릭교회의 명예 고위 성직자(Prelate of Honour)인 ‘몬시뇰’에 임명됐다. 2011년에는 부산 명예시민장을 받은 데 이어 2015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 받았다.

그의 헌신은 통일까지 미쳤다. 2015년 임진각에서 불과 1.2㎞ 떨어진 곳에 남북통일과 평화를 기원하며 ‘파티마 평화의 성당’을 완공하고 매년 미사를 봉헌해왔다. 

생전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가난한 삶을 돕는 일은 끝이 없다. 그들과 함께 지내며 받은 기쁨이 크다. 죽을 때까지 한국 사람으로 살다가 기쁘게 하느님 나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 그는 바람대로 한평생 빈자의 성자로 활동하다 생을 마감했다. 장례미사는 16일 오전 10시 부산 남천성당에서 열린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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