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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에서 이 수녀가 사는법

가톨릭부산 2019.12.12 09:24 조회 수 : 601 추천:1

매체명 한겨레신문 
게재 일자 2019.12.10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에콰도르에서 이 수녀가 사는법

2019.12.10 14:33:53

11-.jpg» 남미 에콰도르에서 버려진 아이들과 함께하고있는 김옥 베로니카 수녀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읍 설장로 786. 들녘 가운데 ‘아주 작은 수도회’인 예수그리스도수녀회가 있다. 중세 유럽의 성을 본딴 수도원들과 달리 어느 농부의 집이라고 해도 이상할게 없을만큼 소박한 수도원이다. 식당에서 점심 식사 중이던 10명의 수녀들은 금남의 땅에 들어선 남자 때문인지 긴장한듯 갑자기 침묵 모드다. 그러나 타고난 기질을 감출 수없다는듯이 10여분만에 침묵이 깨졌다. 수도원엔 몇년 만에 에콰도르 본원에서 3명의 수녀들이 와 있다. 예수그리스도수녀회는 한국인에 의해 남미 에콰도르에 설립돼 본원이 에콰도르에 있는 독특한 수도원이다. 이곳에서 지내는 7명의 한국 수녀들은 지난 며칠간 에콰도르인 파트리샤 수녀에게 스페인어로 <베사메 무쵸>란 노래를 신나게 배웠다. 그런데 그 뜻을 알고보니 ‘나에게 키스 해 주세요’였단다. 한 수녀가 “어떻게 수녀들이 밤새 ‘나한테 키스 해 달라’고 애원하며 노래를 부를 수 있느냐고?”라고 말하자 모두가 배꼽을 움켜 잡았다. 열사의 땅 에콰도르에서 헌신하는 선교 수녀들. 또 생활비마저 아끼고 아껴 에콰도르의 사목을 돕는 한국의 수녀들은 어쩌면 이렇게 유쾌하게 웃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수녀회 총원장인 김옥(66) 베로니카 수녀가 36년전인 1984년 에콰도르에 처음 갔을 때는 아무리 유쾌한 수녀도 결코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전남에서 중고교 생물교사를 하다가 뜻을 세워 서울의 난곡동 같은 빈민지역에서도 사목을 했지만,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에콰도르의 실상에 한숨이 절로 새어나왔다. 에콰도르 2번째 도시 과야킬에서 수도회 진료소가 있는 팔마르로 처음 가던 비포장도로는 동물들의 분비물로 뒤덮여있고, 차가 한대 지날 때마다 쓰레기와 먼지가 안개처럼 시야를 가렸다. 팔마르에 가보니  마실 물마저 태부족이었다. 현지인들은 물통을 사제관에 들고 와 “물 좀 빌려달라”고 했다. 물탱크를 열어 물을 빌려주면, 빗물을 받아 되돌려주었다.

1-.jpg»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 들녘 가운데 있는 조그만 수도원 예수그리스도수녀회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수녀들

세수녀1-.JPG» 경기도 이천 장호원에 있는 예수그리스도수녀회에서 사진 촬영을 거부하는 김옥 베로니카(가운데)수녀를 서게하며 웃고 있는 조카 박선주 힐데가르데(오른쪽) 수녀과 에콰도르에서 함께 방한한 파트리샤 수녀

특히 전해 남미를 덮친 엘니뇨 이후 수인성 질병이 급증했다. 더구나 아이가 아이를 낳고 있었다. 조혼이 일반적이어서 10대 산모들이 적지않았다. 그런데 아이를 받을 조산원 하나가 없어 아무데서나 아이를 낳는 지경이었다. 이를 본 그가 가장 먼저 시작한게 진료소였다. 진료소래봤자 겨우 참대 하나를 놓은 것이었다. 그런데도 산모들이 밀려들었다. 자신은 아이를 낳아본 적이 없는 수녀들의 도움으로 그 진료소에서 무려 2582명의 생명들이 탄생했다. 그 열악한 환경에서 한명의 사망자 없이 그 아이들을 모두 받아냈다는 것이 기적이었다. 그러나 아이를 낳게 하는게 다가 아니었다. 아빠가 각기 다른 아이들을 여럿 낳아 제대로 먹이고 돌보지 못하는 집들이 즐비했다. 한 산모는 14번째 아이를 낳았는데, 이미 12번째 아이는 기생충이 너무 많아서 죽고, 13번째 아이는 열병으로 사망한 처지였다.14번째 아이도 살릴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다. 그래서 ‘아이가 없지만 가정 형편이 괜찮은 이웃집으로 이 아이를 보내면 어떠냐’고 물어 그 아이를 입양시켰고, 그 아이는 멋진 청년으로 자랐다.


 팔마르는 2000년 들어 에이즈가 창궐했다. 해안가의 성적인 자유가 이를 부채질했다. 베로니카 수녀는 에이즈환자 돌봄 교육을 따로 받고 급증하는 환자 돌봄이를 자처했다. 진료소에 온 산모중에도 에이즈환자가 있었다. 그러자 지역민들 사이에선 이 진료소가 ‘씨도소’(에이즈병원)란 소문이 퍼졌다. 그러자 그는 “에이즈 환자와 함께 있다고 에이즈가 전염되는 것이 아니다”며 에이즈환자들과 늘 같은 차를 타고 다니고, 에이즈환자를 보면 일부러 얼굴을 부비곤했다. 그렇게 그는 에이즈환자들의 ‘마더’가 되었다. 베로니카 수녀는 에콰도르에서의 36년을 “발등의 불을 끄기 급한 날들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런 나날 속에서도 하루살이처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미래를 염려하지않을 수 없었다. 뭔가 미래를 꿈꾸고 싶어도 비빌 언덕이 없는 청소년들을 위한 단체를 결성해 메추리와 닭을 사육하고 빵공장을 했다. 또한 지구에 산소를 공급하는 유일한 바다식물로 팔마르에 자생하는 맹그로브란 바다나무를 무분별하게 벌목해 200헥타르중 38헥타르 밖에 안남아 씨가 마를 지경에 처하자, ‘맹그로브가 사라지면 먹이사슬이 파괴돼 바다 자체가 못쓰게 된다’며 청년들과 맹그로브 재건운동을 펼쳤다. 그런 과정에서 그 진료소에서 태어나 그와 함께 일을 하고, 운동을 하는 아이들이 지역 정계에 진출해 최근엔 부시장도 되었다. 이들은 말한다. ‘진정한 팔마르의 시장은 베로니카 수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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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한고비를 넘기면 또 다른 고비가 다가왔다. 에콰도르의 경제가 붕괴되면서 어린 자녀들을 친인척에게 맡겨두고 국경을 넘는 불법이민자들이 급증했다. 부모로부터 송금이 되지않자 아이들이 하나둘씩 버려져 고아 아닌 고아들이 대거 생겨났다. 그러자 베로니카 수녀는 지난해 아소게스에 집을 빌려 고아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그 곳에 아이들이 밀려들자 한국에서 20여년간 고아들을 돌보며살던 조카인 박선주 힐데가르데(63)수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힐데가르데 수녀가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하자  그 집엔 1년만에 아이들이 3명에서 25명으로 불어났다. 방은 3개뿐인 좁은 집에서 한방에 성체를 모시고, 남자아이들 한방, 여자아이들 한방을 차지하니, 수녀들이 지낼 거처마저 없다. 그마저도 임대기한 만료를 앞두고 있다. 3억원이면 고아원을 지을 수 있지만, 한푼이 아쉬운 ‘미니수녀회’에선 엄두가 나지않는 금액이다.

  베로니카 수녀는 그간 비행기삵이 아까워 그리운 고국행을 거의 하지않았다. ‘왕복항공료면 몇명의 아이를 돌볼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앞선 때문이었다. 그런데 9일 대한민국해외봉사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면서 한국정부가 왕복항공료를 지불해준다고해서야 겨우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고국은 올 때마다 딴세상처럼 발전해있다. 그러나 김 수녀는 지구 반대편 정말 ‘딴세상’에서 사는 아이들을 향해 귀국길을 서두른다. 오늘도 <베사메무쵸>를 부르며 애타게 엄마수녀들을 찾을 아이들이 눈에 밝혀서다. (031)643-4552, 후원계좌는 농협 351-1072-0721-63 예수그리스도수녀회 카페, http://cafe.daum.net/Jesucris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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