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국제신문 
게재 일자 2017.07.14 11면 

"천주교 부산교구 60년…더 깊은 영성 공동체로 거듭나겠다"

황철수 바오로 주교

  

- "1960년대 신자 수 세 배 증가
- 80년대 민주화 기여·공의회 개최
- 50돌 맞은 2007년이 3대 사건"

 

- 60돌 맞이 거창한 기념식 생략
- 어려운 이웃돕기 실현으로 갈음
- 교황청합창단 초청공연이 유일

 

"사람에게 '환갑'은 뜻깊은 시간입니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새롭게 삶의 전환을 맞이하는 시기입니다. 천주교 부산교구도 교구 설정 60주년을 맞은 올해를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교회의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그려보는 기억과 성찰의 전환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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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수영구 천주교 부산교구청에서 만난 교구장 황철수 바오로 주교. 전민철 기자
 


2017년은 천주교 부산교구 설정 60주년을 맞는 해이다. 부산교구는 1957년 독립된 교구로서 면모를 갖췄다. 부산을 비롯해 지금은 마산교구에 속한 서부 경남까지 담당하며 본당 27개, 신자 3만8000여 명 규모로 출범했다. 현재 부산교구는 부산, 울산, 양산, 밀양과 김해(진영 제외)를 관할한다. 124개 본당에 신자 약 45만 명이 소속돼 있다. 마산교구를 분가시키고도 60년 만에 신자가 10배 이상 늘 정도로 교세가 커진 것이다.
 

부산교구 설정 전에도 교회 공동체는 존재했다. 1890년 영도에 부산 최초의 성당인 부산본당이 설립됐고 1911년 대구대목구, 1954년 경남 감목대목구에 소속되는 과도기를 거쳐 독립된 교구로 승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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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교 부산교구 설정 60주년을 기념해 지난 11일 부산 수영구 KBS홀에서 열린 교황청 시스티나 성당 합창단 공연 모습.
천주교 부산교구 제공


천주교 부산교구청(부산 수영구)에서 만난 교구장 황철수 바오로 주교는 "몇 주년을 기념하는 건 역사를 통해 배우고, 오늘의 의미로 재창조하는 데에 의미가 있지 단순히 오랜 역사를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1983년 사제서품을 받고 2007년 제4대 교구장으로 착좌했다.
 

"부산교구 60년 역사 중 세 가지 중요한 사건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황 주교는 '신앙의 활성화' 측면에서 가장 중요했던 세 가지 '시점'을 꼽았다. 첫 번째 시기는 1960년대다. "교구 설정 10년 만에 신자가 세 배 증가해 10만 명을 넘겼습니다. 지역사회에서 새로운 구도의 길을 강하게 갈구하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역 천주교회 공동체의 삶의 모습이 지역민이 원하는 구도의 모습에 부합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1980년대다. "경제개발을 통해 배고픔을 넘어섰지만, 정치적으로는 민주화를 갈망하던 시기였습니다. 우리 교회는 교회 안에만 머물지 않고 신앙의 정신으로 양심적 목소리를 대변하고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소금'의 역할을 하려고 애썼습니다. 교구 내적으로는 1982년부터 2년간 국내 16개 교구 중 최초로 '교구 공의회'를 개최해 성찰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가정, 사회, 교육, 언론, 교회 등 신앙과 관련한 모든 영역을 성찰했습니다. 신부뿐 아니라 수녀 대표, 신자 대표, 각계 전문가가 모여 교회가 가정과 가난한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할지, 한국 사회에 좀 더 맞는 예식을 치르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등을 논의하고 문서로 정리해 발표했습니다."
 

마지막은 교구 설정 50주년을 맞은 2007년이다. 당시 부산교구는 반백 년을 맞은 뜻깊은 해였음에도 성대한 행사를 열지 않았다. 황 주교는 "자기 과시 행사보다 우리에게 많은 사랑을 준 지역민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었다"며 "행사 개최예산 2억5000만 원을 쓰지 않고 교구에 속한 지자체에 기부했다. 부산시는 지역 청년을 위해 썼다"고 전했다.
 

60년을 맞은 올해도 부산교구는 '거창한 기념식'을 열지 않는다. 대신 지역사회에서 받은 사랑에 보답하는 사업을 한다. 해운대구 자선아파트 부지 보상비 30억 원(세금 납부 후 약 28억 원·본지 지난 1월 4일 자 21면 보도)을 모두 가난한 이웃을 위해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결정된 사용처는 교구 소속 109개 본당을 통한 이웃사랑 실천 11억6000만 원, 사회사목국을 통한 지역사회 나눔실천 7억 원, 이주노동자 돕기 5억 원이다.
 

60주년 기념행사는 지난 11일 부산KBS홀(부산 수영구)에서 열린 '교황청 시스티나 성당 합창단' 공연이 유일하다. 황 주교는 "시스티나 성당 합창단의 음악을 듣는다는 건 이 음악에 녹아있는 가톨릭의 역사와 정신에 잠겨드는 경험"이라며 "2500명이 모여 60년을 되돌아보면서 다시 한번 감사함을 되새겼다"고 말했다.
 

1500년 역사의 시스티나 성당 합창단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합창단이다. 교황이 주례하는 전례에서 합창을 전담한다. 소프라노를 담당하는 소년 33명과 남성 24명으로 구성됐으며 무반주 전통을 고수한다. 외부 공연을 하지 않았지만 2010년 전임 교황 베테딕토 16세가 교회의 자산인 전례음악을 가톨릭 신자와 공유하는 것이 합창단의 사명임을 일깨운 이후 세계를 누비며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번 내한공연은 국내 초연이다.
 

앞으로 부산교구 70년, 100년을 맞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황 주교에게 물었다. 그는 "더 깊은 영성을 가진 공동체"라고 답했다. "현대사회는 물질주의, 세속주의 경향이 강합니다. 교회가 더 깊은 영성 공동체로 거듭나지 않으면 사회에 휩쓸려 힘이 없는 공동체가 될 위험이 높습니다. 이익단체 혹은 친목단체가 아니라 내적으로 깊은 영성을 가진 공동체로 새롭게 태어나 미래로 나아가는 발판을 닦고 싶습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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