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2981호 2016.02.07. 18면 

[복음생각] 부족함 고백하는 겸손한 종 / 염철호 신부

연중 제5주일(루카 5,1-11)
 
오늘 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자신에게 예언자로서의 사명을 맡기시려고 다가오신 주님을 만나자마자 자신이 더러운 입술을 가지고 있음을 고백하며, 큰 두려움에 휩싸입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자신의 부족함을 고백하는 이사야의 죄를 없애 주시고, 그를 당신 말씀을 전하는 깨끗한 입을 가진 이로 만들어 주십니다.

오늘 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자신이 어떻게 소명을 받게 되었는지에 관해 직접 이야기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박해자였던 바오로를 사도로 세우십니다. 하지만 바오로는 예수님의 직제자가 아니었던 데다가 박해자 출신이었기 때문에 자신을 자랑할 수도 없었고, 또 언제나 신앙적 선배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바오로는 자신이 전하는 말씀은 자신이 “전해 받은” 복음이라고 말하며, 자신을 “사도들 가운데 가장 보잘것없는 자로서, 사도라고 불릴 자격조차 없는 몸입니다”라고 고백합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시몬과 야고보, 그리고 요한을 부르십니다. 겐네사렛 호숫가에서 어부로 일하던 제자들은 예수님의 명령에 따라 많은 물고기를 잡게 됩니다. 하지만 그들은 눈앞에 펼쳐진 놀라운 일에 두려워합니다. 그리고 베드로는 예수님의 무릎 앞에 엎드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라고 고백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부족함을 고백하는 베드로에게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자 베드로와 야고보, 요한은 즉시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나섭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 말씀의 이야기에는 하나의 중요한 맥이 발견됩니다. 하느님께서 누군가를 선택하시면, 그는 자신이 사명을 수명하기에는 부족한 인물임을 고백합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 그에게 용기를 북돋우어 주고, 그는 자신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수행해 나갑니다. 이런 이들은 반드시 마지막에 가서 자신이 행한 일이 스스로의 능력에 따른 일이 아니라 모두 하느님께서 하신 일임을 고백하게 됩니다.

사실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이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받습니다. 어떤 이는 사제로, 어떤 이는 수도자로, 또 어떤 이는 교리교사나 선교사로, 또 어떤 이는 본당의 평신도 지도자나 단체장 혹은 간부로 선택됩니다. 그런데 만일 누군가가 자신이 능력 때문에 선택받았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제대로 된 제자라면 선택받을 때 자신의 부족함을 고백하며, 맡아야 할 임무의 무거움에 두려워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이런 분들만이 하느님 앞에서 도움을 청하고, 하느님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고백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모습을 저는 종종 신학생들에게서 보곤 합니다. 신학생들과 면담을 하다 보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스스로의 부족함을 절실히 느낍니다. 그래서 어떤 친구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고백하며 사제직에 적합하지 않은 모습 때문에 힘들어합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야말로 진정 부르심 받은 이의 모습이라는 사실이 오늘 독서와 복음 말씀에 잘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모습으로 서품식장에 들어가 자신의 부족함을 온전히 드러내며 제대 앞에 엎드리고 하느님의 도우심을 간구합니다.

자신을 PR하며 포장하기를 권하는 오늘날 스스로를 너무 과하게 포장하여 자신만이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아니즘에 빠진 이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움이 듭니다. 그런 사람들에게서는 하느님의 활동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을 자기 잘난 맛에 하는 이들의 삶에서 겸손한 하느님의 종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하든 하느님의 뜻에 따라 행해야 하고, 무엇을 하든 그분의 뜻을 찾는 종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다 이룬 뒤, 모든 것을 하신 분은 하느님이심을 고백해야 하는 이들입니다. 독서와 복음 말씀을 묵상하면서 다시금 소명을 받은 이들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 되돌아봅시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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