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2015-12-06 [제2972호, 10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특별대담

“공동선·보조성 원칙에 위배… 사회 통제 의도로 보여”
“자율성 존중은 하느님 뜻… 다양한 의견 반영될 수 있길”
 
-대담 참석자

이동화 신부(부산가톨릭대 교수,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장)

이인재 교수(연세대 원주박물관장, 전 한국역사연구회장, 전 연세대 인문예술대학장)

-장소 : 대구대교구 계산주교좌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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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세대 원주박물관장 이인재 교수(왼쪽)와 부산가톨릭대 교수 이동화 신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역사는 다양한 해석을 바탕으로 진실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한 나라를 이끌어나갈 미래 세대가 배우는 교과서가 획일적인 사관으로 채워진다면 그 결과는 참담하다. 과거사 및 독도 문제와 관련한 일본 아베 정부의 교과서 왜곡에 대해 우리나라가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은 이 같은 측면에서 용납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등 교회 내에서도 민주주의 정신을 침해하는 국정화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복음의 기쁨」에서 교회가 사회 정의와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신문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의 문제점과 이 시대 그리스도인들이 실천해야 할 바를 짚어보기 위해 11월 26일 교계와 학계 전문가 초청 특별 대담을 마련했다. 대담은 주제별로 참석자가 자유롭게 발언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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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재 교수(이하 ‘이 교수’) :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과 관련해 최근에 황교안 국무총리가 담화를 발표했다. 이것이 곧 정부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담화 내용 중심으로 생각해 보고 싶다.

황 총리의 담화에는 세 가지 문제가 있다. 첫 번째로 형식적 측면이다.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있다. 민주적 의사결정 절차는 현장의 의견을 먼저 모으고, 모아진 현안들을 학계에서 받아서 다양한 학설로 최종 정리하고, 이를 입법화를 통해 정치에 반영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 하지만 이번 국정화 추진에서는 현장, 즉 학교의 의견과 학계의 의견을 듣는 절차 자체가 없었다.

두 번째로는 내용상의 문제를 짚어보자. 한국사 교과서가 과연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극히 적다. 1948년 8월 15일을 ‘정부수립일’로 할 것이냐 ‘건국일’로 할 것이냐 하는 논란에 있어서도 정부 측은 헌법적 이해도 없고, 한국사 교과서 변천에 대한 이해도 없다.

북한 또는 세계사에 대한 이해 문제만 해도 그렇다. 황 총리는 담화에서 유엔(UN)이 1948년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 선언은 유엔이 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제헌 정부가 한 것이다. 만약 황 총리의 말이 맞다면 1991년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을 설명할 수 없다.

유엔이 한국을 승인할 당시, ‘코리아(Korea)의 유일 합법정부’라 하지 않고 ‘코리아에서 유엔 임시위원회의 선거감시가 가능했던 지역에서의 유일 합법정부’라고 한정했다. 그렇기에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이 가능했던 것이다. 역사는 우리가 바라는 것을 쓰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쓰는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우려는, 2017년에 한국사 국정교과서를 받아보게 될 미래의 고등학생들이다. 정부는 최상의 교과서를 제시하고 학생들에 대한 교육에 임해야 한다. 하지만 이처럼 잘못된 교과서를 가지고 공부하게 될 학생들은 정부나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이 높아질 것이다.

이동화 신부(이하 ‘이 신부’) :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교회의 입장에서 바라보자면, 교회 교도권의 문헌과 사회적 가르침을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첫째, 사회교리 입장에서 볼 때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은 가장 중요한 원리 중의 하나인 보조성의 원리에 위배된다. 큰 공동체가 작은 일에 개입할 때는 보조적인 방식으로만 그쳐야 한다. 특히 국가권력이 시민사회나 개인에 개입할 때는 단순히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임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국정화는 권력의 한계를 설정하고 있는 보조성의 원리에 완전하게 위배되는 것이다.

국정화 추진은 다원주의에 입각한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다. 세속 사회의 자율성을 인정해주어야 한다. 하느님이 이미 세속 사회에게 이성을 통해 자율성을 주었기 때문이다. 윤리와 도덕에 심각한 위해를 가하는 것이 아니라면 세속 사회가 자율적으로 인간의 진보를 향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사회교리에 어긋나는 것이다.

둘째, 국정화 추진은 권력을 사유화하는 것이다. 정권이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결국 국가권력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가 그동안 쌓아온 민주주의를 퇴행시키고 거스르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교회 관점

이 신부 : 120년 간의 사회교리 역사와 교황들의 가르침을 종합해 볼 때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기 위한 큰 기둥은 ‘공동선’과 ‘보조성’의 원리다.

공동선은 국가권력이 시민사회와 개인에게 해야 할 의무를 설정하는 것이다. 공동선이란, 사목헌장의 정의에 의하면 ‘인간이 인간으로서 자신을 완성시키기 위한 사회적 조건의 총체’를 말한다. 그러한 사회적 조건들을 국가가 지속적으로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국가가 당연히 실천해야 하는 의무에 대한 것이 공동선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보조성은 국가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에 대해 논한다. 국가 권력의 범위와 한계를 설정해주는 것이다.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시민사회가 이미 성숙했는데도 불구하고 국정화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것은 정부가 교과서를 독점하고 사회를 통제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국정화를 통해서 정부가 정치적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상당히 우려된다. 이미 이명박 정부 때부터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나라사랑교육’ 등 이념교육을 지속해왔다. 고등학교의 경우에도 윤리 교과서들이 이념 편향적인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으며 국가가 편향적인 교육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방송들 역시 계속적으로 편향적인 사관을 전파하고 있다.

한국사 국정화 교과서는 국가고시, 공무원 시험에도 지대한 영향을 준다. 고등학생의 역사 교육 문제만이 아니라, 한국사회 전체를 획일된 사관을 통해 통제하고 감시하겠다는 것 아니겠는가.

이 교수 :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타격이며, 교회 내에서 보더라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1963년 성 요한 23세 교황이 「지상의 평화」라는 회칙을 낸 바 있다. 회칙은 공동체가 권력을 행사할 때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점을 다룬다. 즉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 정치공동체 간의 관계를 주 내용으로 한 것이다. 회칙은 각 지역에 있는 민족의 고유성을 교회가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다뤘다. 실질적으로 한국교회의 경우에도 전통적인 풍습을 받아들이는 원칙을 세웠고, 세계 민족들의 발전에 대한 원칙이 입각됐다.

이는 바로 공동체가 권력을 행사할 때 공동선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행 한국사 교과서가 ‘좌편향’됐다는 정부나 찬성론자들의 시각에 대해

이 교수 : 21세기를 살아갈 대한민국의 미래 세대들을 어떻게 교육시켜야 할까? 자유로운 영혼,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로 키우는 것이 최우선이다. 기성세대가 학생을 제대로 키우고 도와주려면, 교육 정책 자체가 자유롭게 이뤄져야 한다.

국정화 찬성론자들은 한국의 역사학자 중 90%가 ‘좌편향’이므로 교과서 역시 ‘좌편향’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교과서 체제는 학교 현장에서 학부모와 교사가 운영위원회를 통해 교과서를 선택한다. 이런데도 학부모, 교사 또는 학생들이 좌편향 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결국 우리나라 국민을 정부가 왜곡하고 부정하는 것이다.

국가적 ‘우민화 정책’의 시작에는 ‘우상화’의 단계가 존재한다.

근대국가에서는 개인의 양심이 가장 중요하다. 개인의 양심에 좋은 ‘멘토’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특정 개인에 대한 우상화가 진행되면 개인의 양심과 자유로운 영혼이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역사적 인물을 평가하려면 수많은 역사적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자료’와 ‘사료’는 다르다. 한 역사적 인물의 발언을 자료라고 본다면, 역사학자들이 이 발언을 끊임없이 서로 해석하고 비교하는 과정을 거치면 사료가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역사적 통찰력을 배울 수 있는 것이고 이것이 역사교육의 목표다. 이런 의미를 정부가 잘 모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신부 : 그런 점을 정부에서 모른다기보다는, 오히려 정부가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린 청소년 시기부터 특정한 역사관, 특정한 이데올로기, 특정한 사고방식을 주입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교과서 국정화 추진이 아닌가 한다.

인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수많은 독재자들이 이 같은 유혹을 갖고 있었다. 중국 진시황은 생존에 필수적인 농업에 관련한 책만 빼고 전국의 모든 책을 불태워버렸다. 나치 독일의 히틀러 또한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책을 불태웠다. 나와 다른 생각, 나를 비판하는 사람에 대한 탄압은 결국 독재자의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 교수 : 역사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미래 민족 사회에서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 그 출발점을 어떻게 가질 것인가 하는 것을 인식시켜주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는 새로운 사회를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자들의 자유로운 의견을 자유발행제에 따른 역사 교과서에 담아내야 한다. 2017년이 되면 좁은 안목으로 일관된 한국사 교과서를 배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성세대의 편협한 사고를 미래 세대들의 인류사적 과제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가로막는 것은 민족사적 죄악이다.

국정화 반대자들을 매도하는 교회 내 일부 모습에 대해

이 교수 : 현행 교과서가 좌편향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민중’이라는 단어조차 문제 삼는다. 이러한 주장은 왜 역사학계에서 ‘민중’이라는 단어를 쓰는지에 대한 역사적 고민이 없기 때문이며 결과적으로 ‘부분’을 통해 ‘전체’를 왜곡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일제 강점기 3·1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을 ‘국민’이나 ‘백성’으로 표현할 수 없다. 국민이라면 한국의 국민을 뜻하고, 백성이라면 대한제국의 백성을 뜻하는데 당시는 한국이나 대한제국이 존재하지 않았다. ‘시민’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인민’이라는 용어도 냉전 시대에 제한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같은 고민을 통해 역사학계가 고심 끝에 고른 용어가 ‘민중’인데 이런 결과물을 놓고 ‘좌익’으로 몰아세우는 것이 문제다. 교회에서는 이미 1960년대 공동번역을 통해 ‘민중신학’이 도입된 바 있다. 북한 동포를 표현하는 방법을 고심하다 나온 것이 ‘민중’이라는 단어다.

독재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부분’을 ‘전체’로 몰아세워 왜곡시키는 것이다. 현재 ‘민중집회’를 테러와 연관시키는 발상도 그러하다. 역사의 통설로 규정되려면 다수설과 소수설 등 다양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지금처럼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을 매도하는 것은 정부에 반대하면 모두 좌편향으로 몰아붙이던 공안적 사고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 신부 : 한국사회에서 ‘좌편향’, ‘공산주의자’, ‘빨갱이’라는 용어는 한국 사회의 편향된 경멸이자 무서운 ‘낙인’을 뜻한다. 특히 보수단체의 경우 너무나도 쉽게 ‘좌빨’, ‘빨갱이’를 얘기한다. “90%의 역사학자들이 좌편향됐다”고 말하는 것은 실제로 유물론적 견해를 역사학자들이 갖고 있다는 것이 아닐 것이다. 바로 자신들의 생각과 함께하지 않는 사람들의 비판의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한 통제 기제다.

이번 국정화 추진 문제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가톨릭교회 안에서도 정부의 입장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사람이나 사제들을 매도하는 표현들이 난무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의 종북사제 150명’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표현도 들려오는데, 이는 150명에 대한 경멸과 낙인을 뜻하는 것만이 아니다. 그런 식으로 얘기하는 사람들 스스로가 가톨릭교회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키고 분리시키겠다는 것이다. 종북사제로 매도되는 사제들 중에는 주교 7~8명도 포함되고 있다는 것을 상기해보면 말이다.

국정화 추진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회적 미성숙을 극복하려면

이 교수 : 인문학계에서는 ‘인문학적 교양의 미숙’이라고 표현한다. 보수단체들의 의견을 모아보면 인문학적 교양이 미숙하다는 것을 느낀다. 학교 교육에서부터 짚어보자.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정규 교육시간이 1만6000시간에 달하는데 역사 교육은 300시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교육 정책의 문제점은 너무 많은 양을 너무 적은 시간에 가르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인문학적 사고를 훈련할 시간 자체가 없다. 가톨릭교회에서 인문학적 교육을 더욱 활발히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좌가 많이 있다. 여기에 교회가 적극 참여해야 한다. 공교육에서 미처 못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교회가 나섬으로써 인문학적 소양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각 본당들도 마찬가지다.

이 신부 :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에서 ‘사회교리학교’를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봄에는 8개 주제의 입문 강좌로 사회문헌 강의와 한국의 노동현실에 대한 전문가 강의도 실시한다. 매달 ‘아름다운 세상을 여는 미사’의 강론을 주제로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전문가나 노동자, 빈민 등을 초청해 논의하고 있다.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신학원에서도 인문학 쪽에 더 관심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학과 성경을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라면 ‘종북’이라는 단어 자체를 쓰지 않을 것이다. 신학은 교회가 사회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구원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인지 이야기하는 학문이다. 전체 신자들의 신학을 포함한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스도인들의 시각

이 신부 : 앞서 말했던 공동선과 보조성의 원리에 대해 계속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사회가 공동선을 실행시킬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줘야 하는데 지금은 정반대의 상황이다. 가톨릭교회는 시민사회를 우선적으로 존중하고 공동의 노력에 의한 결정을 이뤄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시민사회의 우선성’을 인정한다는 것은, 세속 사회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미 유럽사회는 세속화의 과정을 겪었고, 교회조차도 세속 사회에 대해 우위적인 권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윤리와 도덕에 치명적으로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면, 하느님은 충분히 자유롭게 이성 안에서 스스로 규제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으셨다. 스스로를 규정할 수 있는 자율성을 무시하는 행위는 하느님이 만든 세상의 기본 질서를 무시하는 것이다.

학문의 정당한 자율성에 있어서도 정부가 학자들의 양심과 지성에 대한 신뢰를 가져야 한다. 학문 활동은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교회의 기본 입장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검인정 교과서를 넘어 자유발행제에 따라 여러 역사학자들의 견해를 교육의 주체들이 선택해야 한다고 본다. 성경에서 다루는 역사 역시 다양하다. 이스라엘의 역사도 신명기 중심의 역사, 열왕기 중심의 역사 등 여러 가지 견해가 부딪치기도 하면서 풍부하게 구성돼 있다. 국가가 하나의 해석을 강요하고 독점하겠다는 것은 큰 문제다.

같은 맥락에서 시민들의 정당한 참여를 장려하고 민주주의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학자와 교사의 의견도 무시하고 반대 의견에 대해 이념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다원성에 기초한 민주주의가 아니다. 한국사 교과서와 관련한 논의를 하려면 처음부터 원점에서 시작해 학자와 교사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모든 분야에서 동등한 책임을 갖고 함께 참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을 그리스도인들이 꼭 알아야 한다고 본다.

이 교수 : 성 요한 23세 교황의 회칙 「지상의 평화」에서는, 통치자들은 오로지 하느님만이 알고 있는 개인의 양심에 의해 각 개인이 공동선에 기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통치자들은 윤리적이어야만 공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윤리성을 회복하고 절차의 정당성을 가져야만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미래 세대는 모든 학자와 교수들이 집결해 책임감 있게 발행한 최상의 교과서로 공부해야 한다. 소수의 권력자들이 독점하는 교과서는 있을 수 없다.

이 신부 : 가톨릭교회가 나가야 할 방향은 모든 인간이 참다운 발전을 향해, 모든 사회가 인간의 모든 영역에서 존엄성을 신장시켜 나가는 것이다. 2013년 유엔 총회와 2014년 유엔 인권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에게 주어지는 교과서가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를 담아야 하며, 특정 종교나 이데올로기 및 민족적 인종적 정체성을 강화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하고 있다. 특정 목소리만을 담으려고 하는 것은 전체주의 행위라는 것이다.

정부는 자꾸만 반대 방향으로 나가려고 한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의 가치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 보편적 이상의 중요성을 깨닫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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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화 신부

1998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2010년 교황청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원장과 신학대학 교수 및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이인재 교수

연세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연세대 인문예술대학 학장, 한국역사연구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연세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로서 연세대 원주박물관 관장 및 연세대 인문도시 원주 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다.


정리 방준식 기자
사진 박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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