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국제신문 
게재 일자 2015-11-20 / 본지 11면 
 
전수홍 신부의 생활의 발견 <11> 역사 바로알기

역사는 사실과 해석의 결합, 국가 간섭하면 다양성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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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49년 시저가 루비콘강을 건너고 나서 "주사위는 던져졌다"(Jacta est alea)라고 한 말은 오늘날에도 잘 알려졌다.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처럼, 당시 시저는 갈리아지방(오늘날 프랑스)을 평정하고 다스리다가 로마로 회군해 폼페이우스를 물리치고 공화정을 군주정으로 바꿔 자신이 황제 칭호를 받는다.

루비콘강을 시저 이전에도 이후에도 수많은 사람이 건넜을진대 하필 시저가 건넌 루비콘강만 역사가 되고 다른 수많은 이들이 건넜던 일은 역사가 되지 못하는가?

이를 두고 독일어에서는 역사적 사실(Gechichte)과 역사 사실(Historie)란 말로 구분해 사용하지만, 이에 대한 해답은 역사가의 해석에 달려있다. 역사는 수많은 사건 중 역사가를 통해 사료의 발견과 수집, 비판, 종합을 거쳐 정리하고 배치하여 비로소 역사적 사건으로 나타난다.

역사학의 한 장르로서 한국 근·현대사도 기본적 원리와 작업은 일반 역사와 동일할 것이다. 그렇다면 역사가가 '어떤 인물과 사건을 역사적 사건으로 채택할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이는 역사가의 사관 문제이기도 해 일반적인 기준은 없을 수 있다.

문제는 역사가가 '어떠한 사관을 가지고 기술하느냐'이다. 고대 서양에서 게르만족이 로마제국 영토로 침략해 옴으로써 로마제국이 멸망하고 중세로 넘어간 사건을 두고 이탈리아와 같은 로마제국이 있던 지역에서는 '야만족의 침략'이라 가르치지만, 독일과 같은 게르만족 후손들은 '게르만 민족의 이동'이라 가르친다.

16세기 유럽 백인들이 남아메리카로 진출한 사건을 두고 '신대륙 발견'이라고 유럽인은 가르치지만, 남미 국가는 '침략'으로 가르친다. 이처럼 역사가의 사관에 따라 전혀 다른 사건으로 기술될 수 있다.

또한 역사학 연구에서 무엇보다도 중요시되어야 할 사항은 사료의 수집과 보관, 비판에 있다 할 것이다. 사료를 분류해보면 첫째, 기념비적 또는 고고학적 사료로서 건물, 의복, 예술품, 무덤 등의 유물로서 기록되지 않은 물질적 사료이다. 둘째, 비문 사료이다. 기념비 사료에 새긴 비문들을 말한다. 셋째, 구전사료로 조상의 교리, 노래, 의식, 전설이 언어로 후손에게 전수된 것을 의미한다. 넷째, 기재 사료로 공문서, 문학 및 설화사료, 기술사료가 있다.

사료 연구는 연대기적으로 잘 분류되고 체계적으로 비판되어 가능한 객관성에 접근한 역사적 사건으로 나타나야 할 것이다.

최근 우리 한국 사회에 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심각한 분열현상이 나타났다. 정부는 검인정 국사 교과서들이 대부분 좌편향되어 있기에 올바른 역사 교육을 위해서는 이를 바로잡는 국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 국정화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국정화가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여 역사를 왜곡하려는 반민주주의적 횡포라고 비난한다.

역사는 사실과 해석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 사실 하나만으로는 역사가 아닌 기록에 가까운 것이 된다. 사실에 해석이 덧붙여질 때 비로소 역사가 된다. 사실은 바뀔 수 없지만, 해석은 다양할 수 있다. 책이든 음악이든 미술이든 어떤 작품도 작가의 손을 떠나면 작품과 그 작품을 대하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다양하게 해석된다는 것이 오늘날 해석학의 일반적 논리이다.

그 해석이 객관적으로 잘못 기술된 것이라면 바로잡아야 한다. 특히 역사는 해석의 여지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역사 해석은 다양성 속에서 더 지배적인 학설이 가르침의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역사에 대한 해석은 수많은 사료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역사가들에게 맡겨야 한다. 역사 해석 문제를 국가가 간섭하거나 통제한다면 모든 시스템을 획일화하는 전체주의적 정책을 닮아가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사회의 구조와 인간의 세계관이 급속도로 변해가는 이 시대에 역사를 연구하는 일이 단지 과거 삶을 엮어놓은 것을 알아보는 것이 아니다.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통해 현재의 시대적 징표를 올바로 읽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오륜대 순교자 성지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