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2994호 2016.05.15. 18면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나에게 주어진 성령의 은사는

성령 강림 대축일(요한 20,19-23)

염철호%20신부의%20복음생각(16).jpg

요한 복음에 따르면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신 뒤 제자들을 찾아오시어 당신의 영을 불어넣어 주시면서, 당신이 하시던 일, 곧 사람들이 용서를 받아 하느님과 화해하도록 이끄는 일을 계속하라고 명하십니다.(요한 20,22-23) 이렇게 보면 성령은 예수님의 영입니다.

루카 복음과 사도행전에 따르면 성령은 하느님께서 약속해 주신 영으로(사도 1,4), 오순절에 제자들에게 내리는데(루카 1,4; 2,1), 예수님께서 떠난 뒤 두려움에 싸여 있던 제자들은 성령을 받은 뒤 힘을 내어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 그리고 땅끝에 이르기까지” 예수님의 증인이 됩니다.(사도 1,8) 그들에게 내린 영은 이미 창조 이전부터 활동하고 계신 분으로, 예수님도 성령으로 잉태되시고(루카 1,35), 성령에 가득 차 활동하시며(루카 4,1.14), 성령 안에서 즐거워하십니다.(루카 10,21) 또한, 엘리사벳, 즈카르야, 시메온은 성령에 이끌려 기뻐하며, 예언합니다. 그리고 제자들도 성령에 가득 차 활동하게 됩니다.

성경 말씀을 종합해 보면, 성령께서는 하느님과 예수님으로부터 오는 영으로 창조 이전부터 하느님과 함께 계셨고(창세 1,2), 예수님께서 오실 때도 함께 하셨으며, 예수 승천 이후 종말에 이르기까지 교회를 이끌어 가시는 하느님의 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1독서는 이런 성령께서 “오순절”에 제자들에게 내리셨다고 말합니다. 오순절은 이스라엘이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과 맺은 계약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이스라엘 민족은 파스카 사건이 일어난 과월절로부터 오십 일째 되는 날 시나이산에서 하느님과 계약을 맺었다고 생각하며, 이날 자신들이 하느님의 백성으로 태어났음을 기억합니다. 바로 그날 성령께서 강림하시는데, 사도 1,5는 하느님께서 제자들로 하여금 성령으로 세례를 받도록, 성령으로 새로 태어나도록 하기 위해 성령을 보내주셨다고 말합니다. 곧, 하느님께서 성령을 보내주신 이유는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자녀로, 하느님의 백성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가톨릭교회는 전통적으로 성령 강림 대축일을 교회의 생일로 기념합니다. 곧, 예수님의 파스카 사건으로부터 오십 일째 되는 오순절에 성령께서 강림하여 교회가 하느님의 새로운 백성이 되었음을 기억합니다.

사실, 성령이 없으면 그 누구도 예수를 주님으로 고백할 수 없습니다.(1코린 12,3) 곧, 하느님의 백성으로 새로 태어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로 고백하는 것은 합리적 시각으로 볼 때 결코 받아들이기 어려운 진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령께서 눈을 열어주시는 이는 누구나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할 뿐만 아니라, 모든 삶 안에서 성령께서 활동하심을 알게 되고, 하느님의 백성이자 자녀로 살아가게 됩니다.

오늘 2 독서는 이러한 성령께서 각자에게 다양한 은사를 베풀어 주신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각자가 주어진 은사를 통해 공동선을 이루도록, 곧 그리스도의 몸을 성장시켜나가도록 해 주십니다. 교회는 2000년 동안 신앙인들에게 주어진 은사들을 통해 그리스도의 몸을 성장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은사들 가운데 가장 큰 은사인 사랑(1코린 12,31)을 통해 서로 하나가 되어 세상 안에서 하느님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성령 강림 대축일을 맞아 다시 한 번 성령께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사명, 곧 세상 모든 사람을 하느님과 화해시키는 일을 수행해 나갈 수 있는 힘을 내려 주시기를 청합시다. 또한 여전히 예수님을 깨닫지 못하는 이들의 눈을 열어 주시어 그들도 모두 예수님을 중심으로 하나로 모일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십사고 청합시다. 아울러 우리 눈도 열어주시어, 종종 놓쳐버리는 신앙을 바로 세우고, 자신에게 주어진 은사가 무엇인지를 잘 알아 각자의 자리에서 공동선을 위해, 그리스도의 몸을 성장시켜나갈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89 교황 사랑의 메시지, 가슴에 다시 새긴다 2015.10.04 87
88 “와서 보아라”… 전국 성소 주일 행사 풍성 2016.04.15 86
87 부산 자선 아파트 대지 매각금, 자선 기금으로 file 2017.12.01 84
86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늘 깨어 준비하는 삶 file 2016.11.09 84
85 부산, 성가정 축복장 수여 2017.05.27 83
84 [위령기도를] 부산교구 제찬규 신부 2016.05.19 83
83 ‘하느님의 종’ 조제프 뷜토 신부 후손들, 선조 발자취 찾아 한국 방문 file 2016.05.06 83
82 [종교인칼럼 '빛'] 보든 안 보든 2015.10.04 83
81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성부 성자 성령” 한 분이신 하느님 file 2016.05.19 81
»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나에게 주어진 성령의 은사는 file 2016.05.13 81
79 나이 많을수록 복음화율 높아져… 교회 고령화 사회보다 빨라 file 2016.04.15 81
78 십시일반 모은 성금으로 해외 선교지 후원 file 2017.01.12 80
77 전국 교구 홍보 담당자 연수 성황 file 2016.06.02 80
76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우리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신다 file 2016.10.12 79
75 [사회교리 아카데미] 평신도는 하느님 부르심에 응답한 사람 file 2016.08.10 79
74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바오로 사도처럼 기쁜 마음으로 복음 선포를 file 2016.06.01 79
73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file 2016.05.04 79
72 [포토뉴스] 이웃돕기 성금 및 영·유아복 전달 file 2016.02.15 79
71 혼인의 고귀함 전하는 혼인 전문 성당 짓는다 file 2016.06.02 78
70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하늘나라에 재물을 쌓아 둡시다 file 2016.07.27 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