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국제신문 
게재 일자 2018.07.13. 11면 



본당순례 129곳 한달 만에 완주…“주님과 더 가까이 소통”

“해외 순례 앞서 우리 교구 알자” 천주교 부산교구 본당순례 운동

국제신문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입력 : 2018-07-13 19:01:48   |  본지 11면

 

- 이기대 성당 김규인 씨 첫 완료
- 장애 딛고 하루 10곳씩 강행군
- “묵주기도 후 각 성당 느낌 기록
- 엉터리로 살면 안 된단 생각도”
- 신자 7명과 본당순례 다시 시작

 

휴가철을 맞아 해외로 성지 순례를 떠나는 천주교 신자들이 많은 가운데 “우리 교구부터 알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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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남구 이기대성당 앞에서 선 이곳 신자 김규인 씨.
사고로 한 쪽 다리를 잃은 그가 부산교구 본당순례 첫 완주 기록을 세워 화제가 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한국천주교 부산교구 선교사목국과 교구 내 평신도사도직협의회(평협)가 공동 주관하는 ‘교구 본당순례’ 프로그램이다. 올해 초 시작된 교구 본당순례의 목적지는 부산, 울산, 김해에 걸친 본당 124곳과 성지 4곳, 교구청 등 모두 129곳에 달한다. 1년을 목표로 설정해도 기간이 모자랄 듯한데 한 쪽 다리만을 가지고 한 달도 안 돼 본당순례를 완수한 신자가 나왔다. 부산교구 첫 본당순례 완주자 김규인 씨다.
 

김규인 요셉(66·부산 남구 용호동) 씨는 부산 남구 이기대성당 신자다. 1997년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평소엔 의족을 차고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이다. 평지는 느린 걸음으로 걸어 다니지만 오르막길은 휠체어를 타지 않으면 다닐 수 없다. 다행히 페달을 왼쪽으로 개조한 승합차를 운전할 수 있다.
 

남들보다 다소 몸이 불편한 그이지만, 누구보다 먼저 교구 본당순례를 시작했다. 지난 2월 13일 해운대 좌동성당을 시작으로 3월 4일 울산 무거성당에서 순례의 끝을 맺었다. 그는 택시 운전 경험이 있어 부산 지리에 밝다. 한 번 나가면 10곳 정도를 이어서 순례하도록 동선을 짰다. 순례는 새벽에 시작해 밤 11시 돼야 끝나는 강행군이었다.
 

김 씨는 “도용희 평협회장과 같은 성당에서 신앙생활을 하다 보니 교구 본당순례를 누구보다 먼저 알게 됐다. ‘내가 너희를 뽑았다’는 주님의 말씀을 새기며 가톨릭 신자로서 신앙심을 재확인하고 주님과 좀 더 가까이 소통하고 싶어 본당 순례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순시기(부활절 전 40일로 그리스도의 수난을 기념하는 절기)에 순례를 한다면 더욱 의미가 있겠다 싶어 부활절 전 순례가 끝나도록 일정을 짰다”고 덧붙였다.
 

많은 신자가 해외나 전국 곳곳의 성지를 순례하지만, 정작 본인이 살고 있는 교구의 본당과 신앙 사적지에는 소홀하지 않은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부산교구 본당순례는 시작했다. 지난해가 부산교구 설정 60주년이었고, 지난해부터 올해가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 단체협의회 출범 50년을 맞은 ‘한국 평신도 희년’(2017년 11월 19일~2018년 11월 11일·국제신문 지난해 11월 25일 자 11면 보도)인 것이 계기가 됐다. 부산교구와 평협은 129곳 순례지의 약사와 정보를 담은 안내 책자를 냈다. 본당순례는 순례자들이 129개 본당·성지에 들러 확인 도장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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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인 씨는 자신의 승합차로 같은 성당에 다니는 여성 신자 7명의 본당순례를 돕고 있다.
김규인 씨 제공

 

본당순례 책자 발간에 맞춰 부산교구 총대리 손삼석 요셉 주교는 “처음에는 긴 여정으로 여겨질 수 있겠지만, 한 본당씩 순례하다 보면 언젠가는 교구 내 124개 본당과 성지를 모두 순례할 때가 올 것이다”며 “시간이 걸려도 천천히 기도하면서 순례를 하시며 순례 본당에 가시면 가능한 한 그 본당 미사에 참례하시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본당에 모셔진 성체 앞에 머물며 예수님과 함께하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씨는 “본당에 도착하면 25분 정도 묵주기도를 하고 각 성당이 주는 느낌을 본당순례 책자에 간단히 기록했다. 겉보기엔 비슷한 성당이지만, 안에 들어가면 십자가의 형상도 모두 다르고 성당이 주는 느낌도 다르다. 성바오로성당(울산 동구)은 들어서면 그림 속에 있는 듯 아름답고 웅장하다. 언양성당(울산 울주군)은 깊은 역사가 느껴지고 특히 주님의 고난을 생각하며 걷도록 14처 십자가의 길이 잘 조성돼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성지 4곳을 순례하면서는 순교한 이들을 떠올리며 ‘내가 과연 그 시대 신앙인이었다면 그분들처럼 할 수 있었을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교구 곳곳을 순례한 경험이 그의 신앙생활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그는 “주님의 아픔을 조금 더 느끼고, 주님의 광야 생활을 떠올리는 계기가 됐다. 조금이라도 엉터리로 살아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주님이 말씀하신 ‘포도나무 열매’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본당순례는 다시 시작됐다. 같은 성당에 다니는 60, 70대 여성 신자 7명의 본당순례 도우미를 자처하고 나섰다. 운전을 못 해 이동이 힘든 이들을 위해 그가 손수 승합차를 몰아 본당에 데려다 주고 있다. 벌써 80여 군데 순례를 마쳤다. 그는 “혼자 하면 못할 일인데 함께해서 할 수 있다”고 웃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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