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2984호 2016.03.06. 4면 

[사회교리 아카데미] 우상숭배의 뿌리

물질 향한 욕망으로 하느님과 멀어지다

이집트서 해방시켜준 하느님보다
금송아지 섬기던 이스라엘 백성
돈 숭배하는 현대인도 마찬가지
경제적 풍요에 대한 맹신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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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조영남)

성경, 특히 구약성경의 역사는 죽음의 우상과 생명의 하느님 사이의 끝없는 싸움의 역사라고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먼저 이스라엘 백성의 이집트 탈출은 이집트 거짓신들에 대한 생명의 하느님의 힘찬 승리를 보여준다.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은 야훼 하느님의 도움으로 이집트 신들의 억압과 착취의 세계를 벗어나 해방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광야에서 끊임없이 모세에게 불평을 쏟아놓았다. 광야의 쓴 물이 단 물로 바뀌어도, 만나와 메추라기로 그들의 배를 채워도 그들의 불평은 끊이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던 모든 금붙이들을 모아서 금송아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금송아지가 이집트에서 자신들을 이끌어낸 신이라고 여기며, 먹고 마시고 흥청거리고 놀며 축제를 벌였다(탈출 32,5-6). 이스라엘 백성은 억압과 착취를 당당히 끊어버리고 이집트를 탈출했지만, 자신들의 삶과 정신 안에 내면화된 욕망, 그리고 그 욕망을 실현시켜 줄 것이라는 믿음과 그 믿음의 상징으로서 금송아지로부터는 탈출하지 못했던 것이다.

오랜 광야 생활 끝에 정착한 가나안 땅에서도 이스라엘 백성은 풍요의 신이었던 바알 신을 섬기는 일에 마음을 빼앗겼다. 아합은 시돈 왕 에드바알의 딸 이세벨을 아내로 맞이하고 사마리아에 바알 신전을 세우고 아세라 목상도 만들었다. 이러한 바알 우상에 맞서 엘리야는 450명의 바알 예언자들과 가르멜 산에서 대결하여 승리하였다(1열왕 18, 20이하). 오므리 왕조를 물리치고 등장한 예후 역시 모든 바알 예언자와 사제들과 대결(2 열왕 10,18-27)하였고, 예언자 호세아도 바알 종교의 영향이 만연하여 야훼를 바알이라고 부를 정도로 부패한 이스라엘을 질책하였다(호세 2,16).

이처럼 구약성경의 역사를 관통하는 핵심 중의 하나는 우상숭배와의 싸움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우상숭배가 단순히 마술적이거나 미신적인 종교심성 또는 특정지역에 한정된 토속신앙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우상숭배의 뿌리는 그것보다 훨씬 깊다. 금송아지와 바알 신은 풍요를 약속한다. 그리고 물질적 풍요에 대한 인간의 깊은 욕망은 금송아지와 같은 상징을 통해서 드러난다. 이것이 바로 우상숭배의 뿌리이다.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은 끊임없이 불평했다. 더 많은 풍요를 원하며 금붙이로 신을 만들었다. 이러한 욕망은 현실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환상 속에 있는 것이기에 끊임없이 지속되고, 인간과 공동체를 파괴시키며, 새로운 억압과 착취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인간 욕망과 사회 구조의 순환하는 시스템이 우상숭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우상숭배는 이스라엘 백성들만 대면했던 문제는 아니다. 오늘날 신앙인들 역시 똑같은 도전을 받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분명히 지적하시듯, 오늘날 우리 시대의 새로운 우상은 돈이다. 고대의 금송아지에 대한 숭배가 돈에 대한 물신숭배라는 모습으로 바뀐 것이다. 이러한 물신숭배는 비인간적인 경제적 독재의 구조와 풍요로운 소비에 대한 욕망 사이의 순환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복음의 기쁨」 55항 참조). 이러한 비인간적 경제 모델은 여러 가지 얼굴과 이름을 가지는데, 그것들은 다름 아닌 ‘효율’ ‘경쟁력’ ‘경제성장’ 등으로 표현되며, “기업이 잘 돼야 서민이 잘 된다”는 말로 나타난다. 역사적 현실과 사회적 맥락에서 떨어뜨려 놓으면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사실로 검증되지 않은 주장일 뿐이다. 경제성장과 기업의 이익이 곧바로 서민들의 복지와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역사의 경험이다. 광야에서 유혹받으신 예수님이 빵을 거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빵이 많다고 모두가 풍요롭게 사는 것도 아니요 인간답게 사는 것도 아니다.


이동화 신부(부산가톨릭대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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