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국제신문 
게재 일자 2016.03.25. 11면 

부산교구 신부 한자리에 모인 날, 평범한 기름은 1년치 성유로 거듭났다

주교좌 남천성당 '성유축성미사'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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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부산교구의 성유축성미사가 지난 24일 부산 수영구 주교좌 남천성당에서 황철수 교구장의 주례로 열리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지난 24일 오전 부산 수영구 주교좌 남천성당.

'성유축성미사' 시작을 10분쯤 앞둔 10시20분께부터 신부님들이 입장했다. 끝이 없어 보였다. 이렇게 많은 신부님을 한자리에서 실제로 본 건 처음이다. 곁에 앉은 신도들끼리 나누는 대화가 들려왔다. "오늘은 1년에 한 번 천주교 부산교구 신부님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날이에요."

성유축성(聖油祝聖)미사는 '성(聖) 목요일 오전에 대성당에서 하는 미사'라는 설명이다. 천주교 부산교구 관계자가 보충해준다. "교구와 성당에서 1년 동안 성사와 전례에서 쓸 성유, 병자와 예비신자를 위해 쓸 성유를 축성합니다. 그리고 '사제들의 서약 갱신'이 있는 미사이기도 하죠."

서약 갱신이란 사제들이 사제품을 받던 날 한 서약을 하느님과 주교, 신도 앞에서 다시 다짐하는 의례다. "천주교 부산교구에 속한 신부님 350여 분 가운데 유학이나 군종 등 피치 못할 사유가 있는 분들 빼고는 거의 모든 신부님들이 참여하신다고 보면 됩니다." 이날은 260여 명 남짓한 신부님이 참석했다. 남천성당에는 많은 신도가 몰려 빈자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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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제 서품 50주년을 맞은 배상섭(왼쪽), 조용걸 신부.


성유축성미사는 황철수 천주교 부산교구장이 주례했다.

천주교의 지극히 경건한 의례는 모든 행위에 의미가 담겼고, 참여자가 하느님 앞에서 자기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한다.

"온전하게 해방되신 존재인 주님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영성이고 자세이죠. 그리고 성유를 다루는 우리 사제들도 주님의 깊은 영성을 갖춰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성유를 다루는 기술자에 지나지 않게 되지요."

황철수 주교의 주례에 따라 '사제들의 서약 갱신'이 진행됐다.

(주교)"친애하는 사제 여러분, 우리는 주 그리스도께 당신의 사제직을 사도들과 우리에게 주신 날을 해마다 기념합니다. 이 거룩한 날을 맞이하여, 일찍이 수품 때에 한 서약을 그대들의 주교와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 앞에서 다시금 서약합니까?"

(모든 사제가 한목소리로)"예, 서약합니다."

(주교)"여러분이 그리스도의 사랑에 인도되어 사제품을 받던 날, 자신의 욕망을 끊고, 그리스도를 위하여 서약한 대로 거룩한 직무에 충실하여, 주님을 닮고 주님과 일치하겠습니까?

(모든 사제가 한 목소리로)"예, 힘쓰겠습니다."

부산교구에 속한 신부님들이 하느님과 주교와 신도들 앞에서 서약을 갱신하고 다지는 모습은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어 이날의 특별순서가 있었다. 조용걸 신부와 배상섭 신부의 '사제 서품 50주년 축하식'이었다. 사제로 50년을 보낸 삶은 무척 뜻깊다. 축하식에 나온 두 신부는 소탈하고 소박했다.

소감을 말하는 순서가 되자 조용걸 신부는 "별 능력이 없었지만 굽고 못난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심정으로 50년 동안 교회를 지켰다. 신자가 있는 곳에 사제가 있다는 심정으로 기도하며 여생을 살겠다"고 말했다. 배상섭 신부는 "이하동문이다"라고 말한 뒤 서둘러 단을 내려갔다. 소박하고 평화로운 장면이었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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