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2993호 2016.05.08. 18면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주님 승천 대축일 (루카 24,46ㄴ-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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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과 천하, 지상과 지하는 한자어로 하늘과 땅을 구분하는 표현들입니다. 하늘을 기준으로 천상, 곧 하늘 위는 하느님이 머무시는 곳이고, 천하인 하늘 아래는 하느님 이외의 것들이 머무는 곳입니다. 땅을 기준으로 지상은 사람이 사는 곳이고, 지하는 죽은 이들이 머무는 곳입니다.

세상을 이렇게 천상, 천하, 지상, 지하로 구분하는 것은 대부분의 문화에 공통적입니다. 과학이 발전한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이런 표현들을 사용하며, 또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갑니다. 예술 작품을 만들 때 신적 존재들을 그림 윗부분에 그리거나, 성전 안에 제대를 만들 때 계단을 쌓아 올리며, 기도를 드릴 때 위를 쳐다보고, 죄를 지었을 때 고개를 땅으로 떨구는 등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하느님이 하늘 위라는 공간에 계신 것으로 생각하고 또 그렇게 행동합니다.

하지만 우리 가운데 누구도 하느님이 하늘 저편에 있는 물리적 공간에 계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고 기도하면서도 하느님이 구름 저 너머 있구나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눈을 들어 물리적 공간인 하늘을 쳐다보는 것은 하느님이 모든 것을 초월하는 분임을 드러내는 행위지, 하느님이 구름 저편에 계시기 때문은 아닙니다.

그런데 오늘 독서와 복음은 예수님이 구름에 휩싸여 하늘에 오르셨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제자들이 하늘을 유심히 바라보았다고 전합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옛사람들은 예수님이 구름에 싸여 하늘 저 너머에 있는 어떤 물리적 공간으로 이동했다고 생각했을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우주선이 왕복하는 오늘 아이들마저도 예수님이 우주 공간 어디에 계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성경 말씀이 틀리지 않다며 하느님이 물리적 세상 저편에 있다고 생각하고, 그분이 계신 곳을 찾아가 보려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하느님을 도리어 이 물리적 세상 안에 매여 있는 분으로 만들어 버리는, 하느님을 세상 이치에 지배받으시는 분으로 만들어서 하느님의 초월성을 전혀 받아들이지도, 인정하지도 않는 이들입니다.

하느님은 시공간의 세계를 완전히 초월하시는 분, 우리 이성으로 결코 파악할 수 없는 분이십니다. 하느님이 하늘에 계시다는 말은 바로 하느님이 모든 것을 초월하는 분이시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하늘에 오르셨다는 말의 의미도 여기에 있습니다.
예수 승천은 예수님이 하늘 저편으로 물리적으로 이동하셨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모든 것을 초월하는 하느님 아버지께로 올라가셨음을 의미합니다. 물론, 과학적 지식이 없던 제자들을 보시며 예수님께서 직접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 주셨을 수도 있겠습니다. 성경의 다른 기적들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셨던, 또 제자들이 무엇을 보았던 예수 승천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초월자이시며 절대자이신 아버지와 영원히 함께하는 자리로 가셨다는 것입니다.

예수 승천 사건 이후 예수님은 더 이상 우리와 함께 이 땅에서 육신을 지닌 채 머물지 않으십니다. 예수님은 승천하시어 하느님의 아들로서, 세상 창조 이전부터 함께 계셨던 하느님과 함께 우리를 다스리게 되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여전히 성체와 성혈의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다가오실 뿐만 아니라 성령을 보내 주시어 우리 모두가 이 땅에서도 당신을 기억해 내고, 또 당신과 더불어 살 수 있도록 해 주셨습니다.

예수 승천을 기념하는 오늘 우리도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충실히 살아 세상 마지막 날 예수님처럼 하느님의 영광 속에 들어갈 수 있도록 은총을 청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위로자 성령께 우리의 명오를 열어주시고, 우리를 세상 마지막 날까지 지켜 주십사 청합시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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