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2991호 2016.04.24. 18면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부활 제5주일 (요한 13,31-33ㄱ.34-35)

 

성경 원문을 공부하며 알게 된 사실 한 가지는 신약성경에서 요한복음의 그리스어가 가장 간결하며 읽기 쉽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또 한 가지 사실은 그렇게 간결한 요한복음이 이해하기에는 가장 난해하다는 것입니다. 요한은 언어의 마술사 같습니다. 간결한 문장 속에 오묘한 내용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모습은 오늘 복음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이제 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럽게 되었고, 또 사람의 아들을 통하여 하느님께서도 영광스럽게 되셨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바로 이어서 “하느님께서 몸소 사람의 아들을 영광스럽게 하실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영광스럽게 되었다면서 바로 영광스럽게 하실 것이다 라니 도대체 무슨 말입니까?

요한복음 12장에서 예수님은 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럽게 될 때가 왔다고 말하는데, 여기서 “영광의 때”는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 들어 올려지는 때를 의미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순간 아버지의 이름이 영광스러워진다고 말씀하시는데, 성경에서 아버지의 이름이 영광스러워진다는 말은 아버지의 구원 약속이 이루어진다는 것, 곧 메시아를 통한 구원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합니다.
결국 사람의 아들이 십자가 위에서 영광스럽게 될 때, 아버지의 이름이 영광스러워진다는 말은 십자가 위에서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고, 우리 구원이 열린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은 하나이기 때문에, 십자가 위에서 아버지가 영광스러워지면, 예수님 자신도 영광스러워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면, 아버지께서도 자신을 영광스럽게 하실 것이라고도 말씀하십니다. 이미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영광스러워지셨는데, 또 영광스러워진다니 무슨 말입니까?

요한 17,4-5는 이렇게 말합니다. 예수님께서 땅에서 아버지의 계획을 완수하여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였으니, 이제 아버지께서 예수님을 세상 창조 전 아버지 앞에서 누리던 그 영광으로 되돌려 주실 것이라고 말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십자가 죽음이 예수님께서 아버지를 땅에서 영광스럽게 한 사건이라고 한다면, 부활은 아버지께서 그 예수를 영광스럽게 하는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곧,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심으로써 당신도 이미 영광스러워지셨지만, 그 영광이 온전히 되돌려지는 것은 부활 사건을 통해서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재림 때까지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15,8; 17,1.10; 21,19)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의 제자임이 드러날 때 아버지도 영광스럽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15,8) 그런데 오늘 복음은 우리가 사랑의 계명을 실천할 때 예수님의 제자임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할 수 있는 길은 서로 사랑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할 때 그 사랑 안에서 아버지의 영광이 드러날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우리가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면, 아버지께서도 우리를 예수님처럼 영광스럽게 해 주실 것입니다. 아니, 사랑 실천을 통해 우리는 이미 영광스럽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도 예수님처럼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됨으로써 이미 하느님과 하나 되었기 때문입니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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