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2989호 2016.04.10. 18면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올바른 부활 신앙으로 순교 영성을

부활 제3주일(요한 2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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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체험과 성령 강림 사건 이후 제자들이 처한 상황을 보면 제자들이 그리 썩 부럽지는 않습니다. 부활을 보았다고 해서 세상에서의 행복을 얻게 된 것도 아니고, 영광스러운 자리를 차지한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은 오히려 박해를 받았고, 손가락질을 받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늙어서는 네가 두 팔을 벌리면 다른 이들이 너에게 허리띠를 매어 주고서, 네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데려갈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면서, 베드로가 순교하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려주십니다. 부활을 본 사람들의 삶이 이러하다면 그 부활을 별로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오늘 1 독서에서 사도들의 모습을 보면 참 대단해 보입니다. “사도들은 그 이름으로 말미암아 모욕을 당할 수 있는 자격을 인정받았다고 기뻐하며, 최고 의회 앞에서 물러 나왔다.”(사도 5,41) 어떻게 모욕을 당할 수 있는 자격을 인정받았다고 기뻐할 수 있을까? 하느님의 은총이 아니고서는, 성령의 이끄심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인 듯합니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많은 순교자들이 있었고, 그분들도 기쁜 마음으로 목숨을 내어놓았습니다. 또한 직접적인 순교는 아니지만 오늘도 신앙 때문에 자신의 삶과 목숨을 기꺼이 내어놓는 이들이 있습니다. 분명 그분들의 희생 뒤에는 부활 신앙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부활 신앙은 언제나 순교의 영성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순교의 영성을 살지 않으려는 이들에게 부활 체험은 부담이겠지만, 순교의 영성을 사는 이들에게 부활 체험은 삶의 중요한 원동력이 됩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잘못된 부활 신앙을 바탕으로 스스로 순교자라 자처하며 무고한 이들을 죽음에 빠트리는 테러리스트들이 많습니다. 자신의 영생을 위해 남은 얼마든지 죽어도 된다는 식의 잘못된 신앙은 무죄한 많은 이들의 영혼을 앗아갈 뿐만 아니라, 자신의 영혼마저 멸망에 빠트립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하느님 앞에서 도대체 어쩌려고 저러나 싶습니다. 그러면서 그들로 인해 순교 영성 자체가 부정적으로 비춰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활 체험을 기반으로 하는 진정한 순교 영성이 무엇인지 되묻게 됩니다.
사실, 이슬람교와 유다교, 그리스도교가 모두 중요한 성경으로 받아들이는 구약의 율법서는 순수한 신앙을 위해 자신들 사이에서 이방인들을 제거하라고 가르칩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가르침은 기원전 6세기 이전 국경을 견고하게 하고 이방인과 대적해야 하던 임금들이 다스리던 시대에나 통용되던 것이지, 모든 시대에 글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하느님의 뜻이 아닙니다. 바빌론 유배를 거친 뒤 예언자들은 이스라엘을 통해 모든 민족이 하느님께로 나아가서 구원과 행복을 누릴 것을 예언합니다. 거기다 예수님께서는 원수마저 사랑하라고 가르치면서 더 이상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를 죽음에 빠트리지 말도록 가르칩니다. 이런 상황에서 순수한 신앙을 지키는 것은 이방인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과 공존하며 그들 모두를 하느님 나라로 이끌어 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예수님께서는 나도 죽고 모두도 죽는 공멸의 영성이 아니라, 나를 죽임으로써 모두를 살리고, 그로 인해 나도 결국 영원히 살게 되는 공존의 영성을 당신 십자가와 부활사건을 통해 직접 보여주셨습니다. 그래서 올바른 그리스도인들은 남을 죽이고 나만 사는 부활을 꿈꾸지 않고 나를 제물로 내어 놓음으로써 모두를 살리는 삶을 살아갑니다.
부활 제3주일을 지내면서 다시 한 번 올바른 순교의 영성이 세상 곳곳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더 이상 잘못된 순교 영성으로 무고한 이들이 테러로 희생되지 않도록 함께 기도합시다. 그리고 우리도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올바른 부활 영성을 기반으로 하는 순교 영성을 살아내도록 합시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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