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2998호 2016.06.12 4면 

[사회교리 아카데미] 올바른 사회 질서의 열매

평화는 ‘정의의 작품’

평화는 독립적 문제가 아니라
정의·경제적 질서와 연결돼
불평등한 사회 바로잡지 않고는
참 평화 이루기 힘들어

273423_2037_1.jpg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거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평화를 위해 매일 같이 기도한다. 이러한 기도와 희망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평화를 갈망하는 선한 의지와 마음을 가진 많은 이들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평화는 아직도 먼 산과 같다. 이는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평화에 대해 지나치게 피상적으로만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평화에 대해 새로운 마음으로 생각해보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나 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화는 적대 세력 사이의 군사력의 우위나 군사무기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이미 강대국들의 무기고에 있는 무기들을 전부 사용하게 된다면, 이 무기 사용에서 오는 세계의 막대한 파괴와 그에 따르는 가공할 결과는 제쳐 두더라도 적대 진영 쌍방이 거의 완전히 몰살될 것이다”(「사목헌장」 80항). 군사력 위에 세워진 평화는 거짓 평화일 뿐 아니라, 모두의 파멸로 이어질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정치적으로도 강자의 지배, 즉 전제적 지배나 독재 등의 힘으로 평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의 침묵을 강요하는 것 역시 거짓 평화인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평화는 무엇이고 어떻게 이룰 수 있는가? “올바로 또 정확히 말하자면, 평화는 ‘정의의 작품’(이사 32,17)이다”(「사목헌장」 78항). 평화는 단일하고 독립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의의 문제와 확고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특히나 경제적 질서에 연결되어 있다. 평화는 정의 위에 이루어지는 것이고 정의의 핵심 문제는 세상 재화의 균등한 분배와 공동선에 있다. 이런 의미에서 평화는 우연히 또는 한두 가지의 해결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평화는 계속해서 추구되고 지켜져야 하고 이상을 향해 점점 접근되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나 “공동선이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므로, 평화는 결코 한 번에 영구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꾸준히 이룩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사목헌장」 78항). 그러므로 평화로운 세계를 위해서는 현재의 불의하고 불평등한 사회 질서를 올바르게 수정하지 않고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평화는 궁극적으로 올바른 사회 질서의 열매(「사목헌장」 78항)이다. 올바른 사회 질서는 언제나 인간을 지향해야 하며, 사물의 안배는 인간 질서에 종속되어야 한다(「사목헌장」 26항). 그러므로 경제 질서나 정치적 질서가 인간보다 높은 서열에 배치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모든 사회 질서에서 ‘인간이 주체이며 중심이고 목적’(「사목헌장」 63항)인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전도된 가치와 질서를 회복하지 않고서는, 그리고 인간 중심적인 가치와 질서를 회복하지 않고서는 참다운 평화를 이루기 힘들다. 이런 의미에서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개인과 사회 모두의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 필요하고, 그럴 때 평화는 하느님의 선물이 된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마태 5,9)라고 하신 주님의 가르침처럼, 평화를 갈망하고 이루는 노력은 정치공동체의 책무일 뿐만 아니라 주님의 제자들에게 주어진 사명이기도 하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정의와 평화를 증진하는 데 가톨릭 신자들의 공동체를 일깨우기 위하여 보편 교회의 한 기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제안(「사목헌장」 90항)했다. 공의회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바오로 6세 교황께서 설립하신 기관이 바로 정의평화위원회이다. 한국교회 역시 주교회의에서 각 교구에 이르기까지 정의평화위원회가 여러 활동을 펼치고 있다. 모든 신자들의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이 필요할 때다.

 

이동화 신부(부산가톨릭대 신학대학 교수)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89 윤기성 신부의 사목 이야기 <15> 성주간 file 2017.05.08 144
188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 file 2016.12.14 144
187 고령화 시대 맞은 교회… 새로운 복음 선포 방법은? file 2016.10.20 144
186 오순절평화의마을 ‘희망의 집’ 축복 file 2016.05.06 144
185 ‘임실치즈 아버지’ 지정환 신부 선종 file 2019.04.16 143
184 데레사 수녀 시성 기념 특별전 25일까지 부산 가톨릭센터 2016.09.01 143
183 청소년사목 탐방 (6) 부산교구 - 특징적인 청소년사목 프로그램 file 2017.06.01 142
182 전국최초 '초량가정성당' 기공식 2016.06.02 142
181 제3회 가톨릭 성가제 개최, 부산평화방송, 7월 17일까지 접수 2016.06.17 141
180 [사회교리 아카데미] 사회구조와 사회교리 file 2016.02.24 141
179 이웃 위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것 다짐 file 2016.01.29 141
178 부산 레지오 마리애 26꼬미시움, ‘10학점 이수제’ 운영 file 2016.07.20 140
177 부산가톨릭대 ‘봉사의 날’ 선포식 file 2017.04.21 139
176 윤기성 신부의 사목 이야기 <1>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 file 2016.02.16 137
175 [복음생각] 언제나 예수님처럼 / 염철호 신부 file 2016.01.09 137
174 나와 세상을 바꾸는 삶의 신비 자비 慈悲 file 2015.12.18 137
173 '기초공동체 복음화'로 신자 유대 강화한다 file 2015.12.08 137
172 부산 가야본당 ‘문화체육의 날’ 6개월 여정 마무리 2015.11.05 136
171 [사도직 현장에서] 오륜대순교자성지 2015.10.22 136
170 윤기성 신부의 사목 이야기 <16> 대통령 선거 file 2017.05.08 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