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2997호 2016.06.05 18면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바오로 사도처럼 기쁜 마음으로 복음 선포를 

연중 제10주일(루카 7,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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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의 예언자 엘리야는 사렙타 과부를 위해 빵을 많게 하고 죽은 아들을 살리는 기적들을 행합니다(1열왕 17,8-24). 이방인 여자였던 사렙타 과부는 이런 기적을 행하는 엘리야야말로 진정 하느님의 사람이며, 그가 전하는 주님의 말씀, 곧 예언은 참되다고 고백합니다.

오늘 복음의 루카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과부의 죽은 아들을 되살려주십니다. 루카 복음은 예수님께서도 엘리야처럼 회당장의 딸을 살리고(8,40-56), 빵을 많게 하시어 오천 명을 배불리 먹이셨다고 전합니다(9,10-17). 사람들은 이런 예수님을 두고 “우리 가운데에 큰 예언자가 나타났다”고 말하기도 하고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찾아오셨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구약의 엘리야 예언자를 통해 이루어지던 일을 예수님에게서 발견한 것입니다.

하지만 루카 복음은 예수님이 엘리야와는 차원이 다른 분임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엘리야는 하느님께서 시키는 대로 기적을 일으키고, 주님께 청해서 사람의 목숨을 살리지만,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직접 기적을 행하시고, 사람의 목숨을 살리십니다. 이를 통해 루카 복음은 예수님이 엘리야가 아니라, 바로 하느님이심을, 곧 예수님께서 백성들과 함께 있는 것 자체가 하느님이 백성을 찾아오신 것임을 알려줍니다.

루카 복음은 예수님을 통하여 구약이 끝이 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게 되었음을 알려줍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예수가 누구인지를 깨닫지 못하고 있음도 알려줍니다. 이런 모습은 사도 바오로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루카가 전하는 사도행전은 바오로가 유다교를 열심히 신봉하면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을 박해했다고 전합니다. 그리고 바오로 자신도 2독서의 갈라티아서가 이야기하듯이 아예 그리스도교를 뿌리째 없애려고까지 했다고 고백합니다. 왜냐하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한 인물을 통해 새로운 계약이 맺어졌음을, 새로운 시대가 열리게 되었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바오로는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남으로써 완전히 변화됩니다. 바오로는 이를 두고 하느님의 은총 덕분이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살아오면서 알고 배웠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진리를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바오로는 자신이 복음을 누구에게서 받거나 배운 것이 아니며,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를 통해서 얻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갈라 1,11-12). 성령의 이끄심으로 깨닫게 된 것으로, 인간 이성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믿음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사실, 바오로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예수님을 직접 따랐던 제자가 아니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바오로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와 매우 많이 닮았습니다. 예수님을 직접 보지 못했기에, 예수님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바오로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인물을 하느님의 아들로, 메시아로 받아들이는 그리스도교 신앙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성적 사고와 논리적 판단만을 중시하는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런 바오로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한 것입니다. 성령의 이끄심을 통해 계시를 받아 예수 그리스도만이 주님임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독서와 복음 말씀을 묵상하면서 우리 역시 바오로와 같은 신앙을 지닐 수 있도록 성령의 이끄심을 청합시다. 하느님의 뜻과 계획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하느님에 관해, 예수님에 관해 이성적으로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믿음의 눈을 지님으로써 신비에 가려져 있는 진리를 계시받아 바오로와 같이 기쁜 마음으로 복음을 선포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성령의 도우심을 청합시다.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주어지며, 계시를 통해 비로소 온전히 깨달을 수 있는 것임을 알고, 당신의 백성인 교회로 불러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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