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3004호 2016.07.24 19면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어린아이처럼 청하십시오

연중 제17주일(루카 11,1-13)

염철호%20신부의%20복음생각(16).jpg

우리는 종종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하느님께 청하곤 합니다. 이러한 기도 가운데 모든 문제가 풀려나가는 것을 경험하며 하느님의 존재에 감사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아무 답도 없으신 하느님 때문에 절망하며 하느님의 존재마저 부인하기도 합니다. 이런 분들이 종종 이렇게 질문하곤 합니다. “하느님은 제가 기도하는 걸 별로 안 들어 주시는 것 같은데, 도대체 얼마나 기도해야 들어주실까요?”

그러면 저는 농담 삼아 이렇게 답하곤 합니다. “하느님께서 기도를 들어 주실 때까지 기도하세요. 그러면 하느님께서 들어 주시든지, 아니면 당신 생각을 바꾸어 주시든지 할 겁니다.”

우리는 대개 기도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느님께 청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시면서 우리에게 하느님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며, 그분의 나라가 오고, 그분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청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물론, 기도 안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도 청하지만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용서, 구원을 간구해야 한다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왜냐하면 이 모든 것이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처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간절히 청하면 하느님께서 반드시 들어주실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항상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청할 뿐입니다.

사실, 예수님도 수난 전날 밤 당신 앞에 놓여 있는 잔을 치워달라고 청하셨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우리의 뜻이 아니라 당신의 뜻을 이루시는 분이십니다. 이를 위해 하느님은 필요하다면 기꺼이 우리들 마음도 변화시켜 주시는 분이십니다. 다만 이러한 변화는 기도하는 이만이 체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악해도 자녀들에게는 좋은 것을 줄줄 알거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성령을 얼마나 더 잘 주시겠느냐?”

그래도 여전히 제 뜻에 대한 미련이 남습니다. 그래서 저는 종종 아버지의 뜻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을 때에는 제가 바라는 일을 아버지께 청합니다. 또 어떤 때는 예수님께서 하셨던 기도처럼 저에게 부담스러운 십자가가 주어질 때 이 잔을 거두어 달라고 기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지막은 예수님 기도처럼 “그래도 제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소서”라고 말합니다. 그러고 나서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덧붙입니다. “그래도 기왕이면 제 뜻하고 아버지 뜻이 좀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제가 부리는 어린양에 아버지가 넘어가시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어떤 기도든 마지막은 아버지께 모든 것을 맡기는 것으로 끝나야 합니다. 모든 것은 아버지 손에 달려 있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보니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하셔서 올바로 이끄실 것이니, 세상에 두려울 것도, 청할 것도 별로 없습니다.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 외에는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도 어린아이처럼 제가 바라는 것을 아버지께 청합니다. 제가 무엇을 청하든 그분께서는 언제나 귀 기울여 주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저의 청이 당신 뜻에 합당하면 들어주시고, 그러지 않으시면 제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주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229 청춘들의 고뇌 함께하는 천주교 file 2016.09.02 228
228 데레사 수녀 시성 기념 특별전 25일까지 부산 가톨릭센터 2016.09.01 143
227 순교자 할아버지 기리는 후손들 마음 담아 file 2016.09.01 59
226 부산 오륜대 한국순교자박물관, 병인년 순교 150주년 기념 특별전 2016.08.31 166
225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하느님 뜻에 모든 것을 맡겨라 file 2016.08.31 152
224 부산가톨릭센터, 9월 마더 데레사 시성 기념전 2016.08.25 199
223 부산교구 신학생 39명 전원, 가톨릭 농민회 언양·밀양분회서 농촌 체험 file 2016.08.25 195
222 [독자기자석] 부산 중앙본당 ‘다윗의 적루’Pr. 3000차 file 2016.08.25 62
221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낮출수록 높아진다 file 2016.08.25 53
220 부산 안젤리카 그레고리오 합창단 ‘성주간 전례1’ 발매 file 2016.08.17 362
219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사랑하는 이들을 훈육하는 하느님 file 2016.08.17 123
218 [사회교리 아카데미] 권리이자 의무로서의 참여 file 2016.08.17 69
217 제6회 문학캠프, 부산가톨릭문인협회, 20일 부산 부곡동 교리신학원 2016.08.11 276
216 세 사제의 주님 향한 삼색 찬양 file 2016.08.11 251
215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성모님 승천은 ‘희망’의 표지 file 2016.08.10 132
214 [사회교리 아카데미] 평신도는 하느님 부르심에 응답한 사람 file 2016.08.10 79
213 윤기성 신부의 사목 이야기 <7> 형제적 사랑, 폭력을 극복하는 방법 file 2016.08.08 123
212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약속을 믿고 깨어 준비하라 file 2016.08.03 91
211 [사회교리 아카데미] 크다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니다 file 2016.08.03 50
210 부산교구 양산청소년캠프장 개장 2016.07.28 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