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국제신문 
게재 일자 2016.07.08 11면 

윤기성 신부의 사목 이야기 <6> 고마움을 통한 화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식사를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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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제와 헌신의 삶을 산 성 프란치스코 동상. 이탈리아 아시시의 성다미아노 성당.

 

많은 종교인은 식사에 단순히 몸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차원보다 더 깊은 의미를 부여해 특별한 예식을 거행한다.

불교 스님들은 자신의 그릇인 '발우'에 담긴 정갈한 음식을 청수물로 깨끗이 닦아 드심으로 밥 한 톨에 담긴 노고에 감사함을 드러낸다.

개신교 형제들도 식사 전에 두 손을 모으고 하느님과 이웃에게 감사 기도를 드린다. 천주교 신자들은 식사 전후에 자신의 몸에 십자가를 그으며 성호경을 바치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먼저 세상을 떠난 형제들을 기억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찬미받으소서'라는 책에서 식사 전후에 감사 기도를 드리는 것은 우리를 하느님과 화해하게 하고, 그 음식이 있기까지 수고한 분들과 화해하게 하며, 우리가 무관심하게 스쳐 지나가 버린 도움이 필요한 이들과 화해하게 한다고 말한다.

얼마나 오랫동안 우리는 주문하면 금방 식탁에 차려지거나 배달되는 음식에 익숙해졌던가! 또 그 음식의 가격을 지불한 것으로 우리가 해야 할 바를 다 했다고 생각함으로 과정을 생각하지 않고 결과만을 바라보는 우리 사고방식을 드러낸다. 먼저 음식을 먹기 전 잠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은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를 만드신 하느님께서 세상의 식물과 동물을 창조하셨다. 같은 기원을 가진 식물과 동물을 먹음으로 우리는 우리 생명을 유지하기에 이 생명체들에 대한 고마움, 그 생명체들을 창조하신 하느님께 대한 고마움을 식사 전후에 잠시라도 생각한다면 하느님과 그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환경과 화해하고 수탈적 관계가 아닌 공존적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잠시의 감사하는 마음은 과정을 생각하지 않고 결과만을 생각했던 우리 사고방식을 고칠 수 있는 길이다. 농촌에 가면 연세 드신 어르신들이 농사를 짓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수입된 농산물도 있고, 농기계의 도움도 받지만 농사의 어느 부분은 사람이 손수 해야 하는 작업이 있다. 도시에 사는 우리가 연세 드신 어르신이 캔 고구마와 감자를 먹고, 어르신이 따신 고추, 오이, 호박, 가지를 먹는 셈이다.

또 그 농산물을 우리 집까지 운반해주신 분들과 그 식재료를 요리해 주신 분들의 노력도 우리 음식에는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 어찌 고마워하지 않을 수 있으랴! 마지막으로, 감사하는 마음은 그 음식이 필요했던 이들과 화해하게 한다. 천주교에서는 열심히 일해서 얻은 수입으로 필요한 것을 소유하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더 넓게 본다면 인류에게 주어진 음식과 재화는 우리 인류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점도 잊지 말 것을 권고한다.

우리가 감사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먹는다면 어떻게 이웃의 것까지도 먹고 또 그렇게 먹다 남은 것을 버릴 수 있겠는가? 우리가 강박적으로 음식을 소비하고 탐하는 이유는 존재적 불안과 외로움 때문이다. 그 불안과 외로움이 어디에서 오는지 몰라 눈에 보이는 음식으로 그것을 채우려 하고 또 그 때문에 많은 현대인은 성인병으로 고생한다. 이런 고리를 끊는 방법은 감사하는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래서 진정으로 주위 환경과, 이웃과 나아가 하느님과 화해하는 삶을 살아가야겠다.

PBC 부산평화방송 총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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