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국제신문 
게재 일자 2016.11.11 11면 

윤기성 신부의 사목 이야기 <10> 모든 것보다 소중한 한 사람의 생명

사회와 언론 보도가 생명을 하찮게 여겨서야

   
이 가을 낙엽을 보며 우리는 '소멸'을 생각한다. 하지만 그 '소멸'은 영원한 '없어짐'이 아니라 생명의 주인인 하느님께 '돌아감'이다. 우리 생명이 하느님에게서 시작되었기에 우리는 다시 하느님께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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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故 백남기 농민의 노제. 연합뉴스 


천주교 신자들은 11월을 '위령성월'이라 하여 우리보다 앞서 하느님께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기도한다. 그러기에 비록 어제는 '너'의 사건인 죽음이 내일은 '나'의 사건이 될 것임을 알고 있지만 천주교 신자들은 삶을 무가치하거나 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하느님의 숨을 닮고 하느님의 모습에 따라 창조된 존재들이기에 소중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작은 생명을 하찮게 여기거나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는 부품 정도로 여기는 태도를 발견한다. 특히,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정부에 의해 죽임을 당하거나 죽어가도록 방치된 사례를 발견한다. 고 백남기 농민의 장례미사에서 김희중 대주교는 살수 대포에 의해 참혹하게 죽어간 한 농부의 목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생명이었다고 강조했다.

비록 시위에서 폭력적인 부분이 있었다 하더라도 공권력 사용은 극히 신중해야 하고 제한적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을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학여행을 가다 배에서 죽어가는 어린 학생들을 제대로 구조하지 않았음에도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밝히려 하지도 않고 개선하려고 하지 않는 정부는 국민의 목숨을 지켜야 할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마음이 아프다고, 진실을 밝혀달라고 외치는 부모들을 조용히 있으라고 윽박지르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모습이다. 어떻게 우리 사회가 사람의 생명을 이 정도로 하찮게 여기게 되었는지 자괴감이 들 정도이다.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사회를 보도하는 미디어 세계는 어떠한가? 미디어가 사회를 반영하여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고 축소하거나 확대하기도 하고, 왜곡하거나 다른 창을 통해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미디어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에 미디어에 종사하는 이들은 보도 내용이나 방법에 있어 윤리적이어야 한다. 나아가 사회가 바른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기여하려는 사명감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말에는 힘이 있다. 말은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시사 프로그램에서 추측성 보도나 자극적 보도를 하기도 하며 생명을 비하하기도 한다. 또한, 콘텐츠 제작자와 미디어의 경계가 모호한 뉴미디어 환경에서 사용자들이 감정이 격앙되어 여과 없이 폭력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모습을 본다. 비록 극심히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 대통령이나 대통령을 조종하여 세금을 착복하고 기업들을 협박하여 돈을 뜯어낸 비위 세력이라 할지라도 그들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또한 필요하다.

천주교에서는 사형 선고를 받은 죄인이라 할지라도 그들의 생명권은 존엄하기에 우리가 빼앗을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 생명과 같이 그들의 생명도 소중하다. 우리 생명이 존중되기 위해서는 미디어 안의 세상에서나 미디어 밖의 세상에서도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를 확장시켜가야 한다. 

PBC 부산평화방송 총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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