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평화신문 
게재 일자 1369호 2016.06.19 

[내 마음의 북녘 본당] 신학교 폐쇄 후 인민군 징집, 1·4후퇴 때 월남

함흥교구 출신 김계춘 신부

“우리는 북녘 형제들을 너무 잊고 삽니다. 회심해야 합니다. 함흥교구에 대해, 북녘 교회에 대해 우리가 더 관심을 두고 기도해야 합니다.”

함흥교구 출신 김계춘(부산교구 원로사목자) 신부는 “이북 교우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는 말부터 꺼냈다.

“대부분의 이북 교우들은 돌아가셨겠지만, 하나둘만이라도 살아남은 신자는 꼭 있을 것”이라며 김 신부는 “이분들을 위해 식사 기도하듯 기도해야 하고, 통일에 대비해 신학생도 더 많이 양성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 신부는 1931년 12월 함흥 태생이다. 집 앞이 바로 함흥성당이었다. 어려서 선종한 부친(김태수)은 세례를 받지 못했지만, 어머니 강병순(엘리사벳)씨는 형 김은주(토마스)씨와 김 신부를 키우며 성가정을 이뤘다.

“제가 함흥본당 주임이신 엘리지오 콜러 신부님께 세례를 받은 게 1944년이에요. 그때부터 함흥 제1소학교와 제4중학교를 거쳐 1948년 9월 덕원소신학교 3학년에 편입하기까지 복사를 했어요. 마산교구 원로사목자로 있는 김덕신 신부가 같이 복사를 섰지요. 평일 미사 땐 한 사람만 복사복을 입을 수 있어서 그걸 입으려고 새벽마다 서로 경쟁했던 게 지금도 기억이 나네요. 때마침 김덕신 신부가 신학교에 가겠다고 해서 콜러 신부님께 사랑을 많이 받았는데, 그걸 보고 저도 샘이 나 신학교에 가겠다고 했어요. 그 덕에 제가 신부가 됐어요.”

콩기름을 짜고 남은 찌끼, 콩깻묵에 대한 추억도 전했다. 당시 일제 강점기 말엔 식량 사정이 악화해 하루 한 끼 겨우 콩깻묵(함흥에선 대두미라고 불렀다)으로 풀칠하는 정도였는데, 하루는 어머니가 “신부님께서 굶으시는 눈치”라고 말씀하시며 밥을 가져다 드리라고 해 콜러 신부에게 대두미 밥을 가져다 드렸던 기억도 전했다.

이후 어렵게 소신학교에 들어간 김 신부는 “1년 만에 신학교가 폐교된 뒤 길거리에서 잡혀 인민군 하사로 징집돼 네댓 달을 암호병으로 살다가 도망쳤다”면서 “수복 뒤 사제관 지하에서 애국지사들의 시신을 접하는가 하면 함흥인민교화소에서 순교하신 수녀님 유해를 수습하기도 했다”며 전쟁의 참상을 전했다.

김 신부는 특히 “원산 폭격 때는 바로 옆에 폭탄이 터져 죽을 뻔했는데, 신학생이어서 하느님이 살려주신 것 같다”면서 “엎드리지 않았다면 폭탄 파편에 맞아 죽을 수 있었던 체험을 하며 하느님께 다 맡겨드리는 삶을 살게 된 것 같다”고 회고했다.

이후 그는 헌병대 통역을 하던 형 덕에 미 해군 구축함을 타고 1ㆍ4후퇴 때 월남해 1960년 사제품을 받았다. 57년을 한결같이 사제로 살아온 김 신부는 “하느님 은총이 아니면 통일이 될 수는 없다”며 “북녘 형제들이 신앙의 자유를 되찾도록 열심히 기도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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