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3020호 2016.11.20 18면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참된 임금

그리스도 왕 대축일 (루카 23,35ㄴ-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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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리스도 왕 대축일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온 세상을 다스리는 임금이심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교회가 예수님을 임금이라고 선포하는 이유는 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가 이야기하듯이 세상 모든 것이 예수님을 통하여, 그분을 향하여 창조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세상을 창조하고 움직이시는 분은 아버지 하느님이십니다. 예수님께서도 아버지가 세상 만물의 임금이시라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하지만 교회는 예수님이야말로 아버지의 뜻 자체이심을, 아버지의 나라가 바로 예수님의 나라임을 고백합니다. 세상 모든 것이 하느님의 뜻에 따라 이루어지며, 예수님이 바로 하느님의 뜻을 말과 행적으로 온전히 드러내시기에 세상 만물이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움직인다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바꾸어 이야기하면 예수님이야말로 신성을 지니신 하느님의 아들로서 창조 때부터 종말에 이르기까지 하느님과 함께 세상을 이끄시고 다스리시는 분임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은 만물의 임금이신 그분께서 십자가 위에서 조롱당하는 모습을 전해 줍니다. 모든 것을 다스리는 분이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아닌 당신 백성에게 기꺼이 조롱을 당하고 죽임을 당하는 아주 역설적인 상황입니다. 이렇게 보니 예수님의 왕권, 예수님의 통치는 무엇인가 세상과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와 관련해서 2독서의 바오로 사도는 만물의 그분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은 만물이 하느님과 화해를 이루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고 고백합니다. 아담의 범죄 이후 하느님과 단절된 세상이 원래의 상태를 회복하도록 하느님의 아들, 곧 하느님께서 직접 십자가상 죽음을 통해 그들의 죄를 대신 기워 갚으심으로써 온 세상을 당신과 화해시키셨다는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전해 주신 하느님의 계획은 바로 이것이었고, 세상 창조 때부터 진행되었던 하느님의 계획이 온전히 실현된 곳이 바로 십자가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십자가는 임금이신 하느님의 뜻이 완전히 실현되는 장소, 달리 이야기하면 하느님의 나라이며, 거기서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이자 만군의 임금으로 드러납니다.

이처럼 예수님의 왕권은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우리 모두를 위해 철저히 자신의 목숨을 내어주는 모습으로 드러납니다. 그래서 그리스도 왕 대축일에 우리는 십자가에 기꺼이 매달리신 예수님이야말로 만군의 임금이라고 고백합니다. 그토록 높으신 분이 우리를 위해 목숨까지 내어주셨음에 감사드리며, 나도 그분처럼 남을 위해 봉사하며 살겠다고 다짐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모두를 위해 마련하신 하느님의 계획이었다고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목숨을 내어 놓는다는 것과 임금이 된다는 것을 이해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운데는 교회 안에서 높은 자리를 추구하며 예수님의 가르침을 외면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더 나아가 어떤 이들은 스스로를 하느님, 재림 예수, 보혜사, 곧 성령이라고 자칭하며 세상 부귀영화를 다 누리며 임금처럼 살아가기까지 합니다. 자기 목숨마저 내어놓으며 만물을 하느님과 화해시키고자 하신 예수님과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들도 예수님처럼 자기 목숨을 내어놓으며 가르친다면 조금은 받아들여 볼 만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그럴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거짓 임금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 왕 대축일을 맞아서 다시 한 번 우리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예수 그리스도야말로 우리의 참된 임금이심을 고백합시다. 그분 덕택에 우리 모두 하느님의 뜻을 보게 되었고, 세상이 예수님께서 전해 주신 하느님의 뜻에 따라 이루어짐을 알게 되었음을 기억합시다. 그리고 예수님의 제자가 된 우리 모두 예수님을 본받아 이웃에게 봉사하는 삶으로 그리스도의 왕직에 동참합시다. 이것이 그리스도 왕 대축일에 우리가 기억하고 다짐해야 할 내용입니다.

 

염철호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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