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국제신문 
게재 일자 2018.03.09. 11면 

“부산 순교자 8인 얼 깃든 오륜대순교자성지 힐링공간 재단장”

올해 순교자 치명 150주년 맞아 천주교 부산교구 다채로운 사업


  
- 오륜대성지 새 성전 내년 착공
- 신도·시민 위한 편의시설 확충
- 올 하반기 3개 기념 행사도 준비

 

1868년 무진년 음력 8월 4일(양력 9월 20일) 수영장대에서 8명의 천주교 신자가 순교했다. 같은 해 음력 7월 28일에는 울산장대에서 3명의 천주교 신자가 신앙을 지키다 목숨로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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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오후 부산교구 순교자 8명이 묻힌 오륜대순교자성지 ‘순교자 묘소’ 앞에서 전수홍 신부가 ‘부산교구 순교자 치명 150주년’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올해는 천주교 ‘부산교구 순교자 치명(순교와 같은 뜻) 150주년’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해 천주교 부산교구와 오륜대순교자성지는 다채로운 기념행사를 연다. 내년에는 성지에 새 성전을 건립하고 순례자를 위한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등 크게 정비한다.
 

부산 금정구 부곡동 부산가톨릭대 근처 오륜대순교자성지에는 부산에서 순교한 8명의 ‘순교자 묘소’와 한국순교자 성인 103위 중 26위의 유해를 안치한 ‘순교자 성당’이 있다. ‘순교자 묘소’에 잠든 8명은 1868년 천주교 박해 때 현 수영구 광안동 수영장대에서 극형을 받고 순교한 이정식 요한과 그의 가족, 이정식의 대자(代子) 양재현 마르티노, 신자들이다. 이들이 순교한 지 100주년 되던 1968년 ‘한국 순교 복자수녀회’가 순교자의 얼을 기리고자 오륜대에 수도원을 설립했고, 1977년 7월 순교자 성당을 건립해 성지로서 면모를 갖추었다. 1977년 9월에는 동래구 명장동에 있던 이정식 요한과 가족 등 4명의 묘소가 오륜대로 이장됐다. 나머지 순교자 4명의 묘소는 끝내 찾지 못해 현재 가묘로 단장돼 있다.
 

이정식과 양재현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한 2014년 8월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윤치웅과 하느님의 종 123위’에 포함돼 복자품에 올랐다. ‘복자(福者)’란 특정한 지역의 가톨릭교회에서 공경받을 만한 사람이다. 신자들이 복자에게 열심히 기도해 기적의 은혜를 입은 경우 엄밀히 조사한 뒤 교황이 행하는 시성식(諡聖式)을 거쳐 성인(聖人)으로 공포된다. 오륜대순교자성지를 방문하는 연 5만 명의 순례자들은 ‘윤치웅과 123위’가 성인품에 오르도록 간절히 기도한다.
 

오륜대순교자성지를 담당하는 전수홍 안드레아 신부는 “1784년 이승훈 베드로가 세례를 받으며 한국천주교가 성립된 후 바로 박해가 일어났다. 1801년 신유박해, 1839년 기해박해, 1846년 병오박해, 1866년 병인박해를 거쳐 대략 1만 명이 순교했다. 특히 흥선대원군이 쇄국정책을 편 1866년 일어난 병인박해는 약 8000명이 순교했을 정도로 매우 잔혹했다. 병인박해의 여파가 2년 뒤 부산지역까지 미쳐 이정식 요한과 양재현 마르티노 등 8명이 순교했다”고 설명했다.
 

오륜대순교자성지는 2013년 10월 관리 권한이 한국 순교 복자수녀회에서 부산교구로 바뀌었다. 부산교구는 2014년 이정식 양재현이 복자품에 오르고 부산교구 순교자 치명150주년(양력 2018년 9월 20일)이 다가오자 오륜대순교자성지 새 단장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전 신부는 “성전이 낡았고, 순례자들이 타고 오는 버스를 댈 주차장도 턱없이 부족해 불편이 컸다”고 말했다.
 

오륜대순교자성지는 가톨릭 신자와 시민이 편안하게 묵상하고 힐링하는 공간으로 정비될 예정이다. 내년 착공해 2년 후 완공을 목표로 한다. 현 ‘순교자 성당’ 자리에 새 성전 ‘화해와 치유의 성전’이 건축된다. 전 신부는 “성전 외부는 두 손을 모은 모습을 상징화하는데 국내, 해외 어디서도 보기 어려운 개성 있는 형태다. 천장에는 스테인드글라스를 설치해 빛이 아름답게 들어오도록 할 것이다. 성당은 음향과 조명이 중요하다. 성전 내부의 소경당에는 독일 에센 지역의 400년 된 성당에서 쓰던 성물을 전시할 예정이다. 에센의 한 성당이 인구가 줄어 폐쇄됐는데, 그 지역 주교회의에 청원해 성물을 가져오기로 허락받았다. 성전 뒤편은 유리로 장식해 순교자 묘지가 성전 안에서 보이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카페와 식당도 새로 지어 순례자들이 편하게 쉬어 가도록 배려한다.
 

부산교구 순교자 치명 150주년 기념행사는 올 하반기에 3개가 열린다. 먼저 오는 7월 21일 ‘한국평협 설립 50주년 기념미사 봉헌 및 부산교구 순교자 치명 150주년 기념 도보순례’가 개최된다. 남천성당에서 기념 미사 뒤 수영장대순교성지~온천천~오륜대순교자성지를 걸어 순교자 묘지를 참배한다. 순교자들이 목숨을 잃은 9월에 나머지 행사가 이어진다. 9월 10일 오후 부산가톨릭대 신학대학 성전에서 ‘순교자 현양 음악회’, 20일 오전 11시 오륜대순교자성지 성전에서 부산교구장 황철수 주교 주례로 ‘부산교구 순교자 치명 150주년 기념미사’가 있다.
 

오륜대순교자성지 정비에는 큰 비용이 든다. 신자와 순례자들의 후원으로 충당하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전 신부는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라 걱정하지 않는다”고 덤덤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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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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