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우재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마태21,28-32

 

 

 

 



다시듣기가 안되시는 분은 바로듣기를 선택해주십시요

 

오늘 복음 예수님은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을 상대하여 말씀하십니다. 이들은 하느님의 율법을 지키고 백성을 다스리는 지도자들, 그런데 가히 충격적인 말씀을 듣습니다. “세리와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간다.” 세리는 매국노에다 사기꾼, 창녀는 음지에서 멸시를 받으며 사는 이, 어떻게 이들이 사회의 존경받는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보다 먼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간다는 말씀일까요? 예수님은 세례자 요한을 언급합니다. 그가 죄의 용서를 위한 세례를 베풀 때, 세리들은 “스승님,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루카3,12) 물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정해진 것보다 더 요구하지 마라.”(루카3,13) 대답하였습니다. 세리들은 하느님의 빛으로 자신을 비추어볼 원의가 있었습니다. 자기 방식대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뜻대로 살고 싶은 갈망이 있었습니다. 생각을 바꾸어 하느님을 자기 생활의 중심에 모시고 싶어 했습니다. 예수님이 선포한 ‘하느님의 나라’는 하느님의 다스림을 뜻합니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을 주님으로 믿습니다. 하느님이 주님이라는 것은 우리를 다스리고 채우시는 분이 하느님이라는 말입니다. 우리 마음 안에 가득 채워진 분, 우리들 정신이 향하는 분이 하느님일 때, 하느님은 우리에게 주님이십니다. 조금만 우리 마음을 들여다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혹시 세상일에 대한 근심걱정이, 이웃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마음 안에 가득하다면, 우리를 다스리는 것은 하느님이 아니라 세상이 됩니다. 내 기분, 내 감정, 내 습관이 나를 다스리고 있다면 하느님이 주님이 아니라 내 기분이 내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많은 경우 우리는 앞만 보고 살아갑니다. 당장 해결해야할 일들이 많고, 상대해야 할 사람들이 많고, 거기에 신경을 다 빼앗길 때가 숱합니다. 그러다 보니 세상일이 가장 중요한 현실인 듯 여겨지고, 하느님은 뒤로 내쳐집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회개를 슈브라고 말했습니다. 구약성경의 슈브라는 단어는 원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린다는 뜻입니다. 그 옛날 수레바퀴는 부유한 권력자들이 소유하였습니다. 이들은 당장 보이는 재물과 권력이 가장 중요한 현실인 양 그것을 더 많이 획득하려 수레바퀴를 앞으로만 끌고 갔습니다. 자연 하느님은 뒤쪽으로 밀려나 버립니다. 세상 것에 정신 팔려 하느님을 잊고 앞만 보며 살 때 우리는 죄를 짓습니다. 이런저런 도덕적 잘못도 죄이지만, 죄는 마치 피조물이 세상의 주인인 듯 착각하고 하느님을 실제 내쳐버리는 것입니다. 그 하느님을 만나러 바퀴를 뒤로 돌릴 때 우리는 회개의 여정에 들어섭니다. 예수님은 세리들이 먼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간다고 했습니다. 세리들은 하느님께 돌아가고 싶어했습니다. 하느님의 다스림은 우리에게 이미 펼쳐져 있지만, 하느님을 찾는 우리의 행위가 반드시 요청됩니다. 공생활을 시작하신 예수님의 첫 번째 말씀은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1,15) 였습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평화가 전해진다 해도, 하느님을 멀리하고 뒤로 팽개치면 하느님은 마치 안 계신 것과도 같습니다. 우리의 회개와 신앙은 하느님을 받아들이는 가장 중요한 행위입니다. 주님은 우리의 자유를 끝까지 존중하시는 분, 우리에게 억지와 강제를 부리지 않습니다. 요한 묵시록 3장 라오디케이아 교회에 보내는 서간에서 주님은 문을 두드리는 모습으로 등장하며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내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면, 나는 그의 집에 들어가 그와 함께 먹고 그 사람도 나와 함께 먹을 것이다.”(3,20) 주님은 우리가 문을 열어드리기를 원하십니다. 자기 일에 정신이 팔려 문을 꼭 닫아버리면, 주님은 우리들 마음의 문을 그저 하염없이 두드리시기만 할 것입니다. 주님의 음성을 듣고 문을 여는 것, 회개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우리가 문을 열어드려야 우리들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지난 12월8일 원죄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축일, 자비의 대희년이 시작되었습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은 당신 자녀들인 우리를 보고 기뻐하시고 즐거워하시는 분입니다. 그분께 고개를 돌리기만 하면 우리를 바라보며 환호하시는 주님 얼굴을 뵐 수 있습니다. 우리의 기쁨은 하느님께 있습니다. 주님 스스로 우리 마음을 어루만지시며 우리가 당신 사랑을 받아들이도록 이끌어주십니다. 그분께 되돌아갑시다. 당신 사랑과 평화로 우리를 가득 채우시도록 그분 가까이 머무릅시다. 주님께서 오십니다. 기쁨을 주시려고 주님께서 오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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