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영 신부(대양전자통신고등학교 교목)
요한 14,27-31ㄱ




 


찬미 예수님! 부산 평화 방송 애청자 여러분.

 

소풍하면 떠 오르는 것은 김밥입니다. 그럼 교도소하면 떠 오르는 것은 무엇일까요?

콩밥입니다. 그렇게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아닙니다.

 

사실 군대 짬밥도 그렇지만 나쁜 식단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구치소에서 미역국을 사식으로 시켜 먹는 잘 사는 아저씨처럼 교도소 급식인 콩밥이 그렇게 맛 있을리 없습니다. 우리 나라만 그런 건 아니고 밥이 아니라 빵 먹는 나라에서도 교도소 밥은 맛이 없다고 합니다. 통제된 환경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먹는다는 기분탓이겠지요.

 

그래서 인지 사형수가 죽기 직전에 먹는 마지막 식사는 그 사람이 원하는 것으로 해 주는 곳도 있습니다. 산 사람 소원도 들어주는데 죽을 사람의 마지막 소원 하나 못 들어 주겠습니까?

 

예전에 미국의 어느 사형수가 마지막 식사로 피자 한판을 소원했습니다. 그의 앞에 피자 한판이 주어지자, 그는 손도 대지 않고 그저 나는 이미 맛있게 먹었다면서 이 피자를 내가 아닌 교도소 인근의 노숙자들에게 나눠라고 남긴 일이 있었습니다. 내가 먹을 피자를 다른 불쌍한 이들에게 주라는 것이 그의 유언이 된 것입니다.

 

그러나 교도소 측에서는 이 소원을 들어 줄 수가 없었습니다. 사형수에게 피자를 사 줄 수는 있지만 이 피자를 달리 쓸 수는 없다는 것이죠. 국민의 세금을 다른 용도로 쓸수는 없다는 정의의 문제에서 그의 소원은 이루어질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널리 전해져 많은 이들이 구호 단체에 피자를 전달했고 사형수의 바람처럼 교도소 인근의 노숙자들은 모두 배불리 피자를 먹었답니다. 한 사형수의 작은 선행 그것도 남의 호의에 기댄 작은 선행이 더 큰 선행으로 이어진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사형수가 남길 수 있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사식이었고, 그것을 부탁한다는 그의 유언을 생각해 봅니다. 그 위에 복음에 말하는 예수님의 유언 그리고 그 분이 남기고 간 것들을 생각해 봅니다. 오늘 복음 내용은 그 성격상 제자들에게 남기시는 예수님의 유언과도 같은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유언은 뜻밖에도 평화를 빌어주는 유언이었습니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유다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인사말이 샬롬입니다. 평화를 빈다는 인사말입니다. 머지않아 떠나가실 예수님이셨습니다. 스승이 옆에 꼭 붙어있어도 저 모양인데, 당신이 떠나시고 나면 제자들 어떻게 살아갈까, 고민도 많으셨을 것입니다. 정작 당신이 떠나가고 나면 갈팡질팡, 우왕좌왕할 제자들의 미래가 눈에 선하셨을 것입니다.

스승의 부재로 인해 잔뜩 겁을 집어먹고 불안해할 제자들의 안쓰러운 모습이 예상되셨던지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사랑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어 놓게 합니다. 우리가 받은 이 평화는 어느 사형수가 세상에 베풀 수 있었던 마지막 작은 선행보다 더 큰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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