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진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요한 8,12-20



 

  부산가톨릭평화방송 애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복음에서도 나오듯이, 두 사람 이상이 증언해야 그 증언이 유효하다는 원칙이 율법에 있습니다. 이는 정의로운 판결을 위해 정해진 원칙이기도 합니다. 정의로운 판결이란 잘못을 한 자에게는 그에 맞는 합당한 죗값을 받게 하는 것이고, 모함을 당한 자는 그 억울한 누명을 벗는 것입니다. 그런데 증언하는 두 사람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말을 맞출 경우, 그 증언은 조작되어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게 되고 다른 이들을 잘못된 판단으로 이끌기도 합니다. 이런 일은 우리 주위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기도 하며, 이 율법이 적용되던 시대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늘 독서에서는 수산나라고 하는 이를 모함하고 곤경에 빠뜨리고자 증언하는 두 사람이 나옵니다.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두 원로는 자신들의 성적 대상으로 삼아 취하려고 수산나를 위협합니다. 하지만 자신들의 그런 행위가 들통이 나려 하자, 말을 맞추어 증언을 조작합니다. 거짓 증언으로 한 사람의 목숨이 위험한 순간에, 하느님의 사람인 다니엘을 통해 하느님께서는 그들의 거짓 증언을 깨어 악행을 드러내시고 그 악행에 담겨 있는 그들의 검은 의도도 드러내십니다. 그래서 자신들의 이익 추구를 위해 거짓 증언도 마다하지 않았던 두 원로로 하여금, 그에 합당한 죗값을 받게 하십니다.

   이런 1독서의 내용을 살펴보자니, 정의로운 판결을 위해 정해진 원칙, 즉 두 사람 이상이 증언해야 그 증언이 유효하다는 원칙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증언을 조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주었습니다. 자신들의 증언을 조작한 두 원로의 이야기는 두 명 이상의 증언에 관한 율법의 원칙이 어떤 기준을 따르느냐에 따라 달리 적용되고 악용될 수 있음을 말해줍니다. 정의로운 판결과 공정한 심판이 기준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이 기준이 되어버릴 때 이 증언의 원칙은 깨어지고 맙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도구로 삼고 착취 대상으로 삼을 때 이 원칙은 깨어지고 맙니다. 이를 예수님께서는 ‘사람의 기준’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사람의 기준에 대비되는 하느님의 기준을 알려주십니다. 그 기준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십니다. 그리고 두 사람 이상의 증언이 필요하다는 율법 원칙에 따라, 하느님과 예수님 스스로가 증언하기에 그 증언이 거짓일 수가 없습니다. 거짓 없는 증언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구원을 위한 하느님의 기준이 되십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기준인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이 이제 우리가 초대받은 삶이 됩니다. 그래서 사람의 기준인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삶이 아니라 하느님의 기준인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살아가도록 초대받은 삶이 되는 것입니다.

  사람의 기준을 따를 것이냐, 하느님의 기준을 따를 것이냐, 자기 이익을 취할 것이냐, 하느님께서 주시는 구원을 맛볼 것이냐는 이제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어둠 속을 걸을 것이냐, 세상의 빛인 예수님을 따를 것이냐는 우리가 매순간 해야 할 선택입니다. 오늘 우리의 선택이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가서 하느님을 조금 더 알아갈 수도 있고,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져서 다른 이에게 상처를 줄 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상처를 줄 수도 있습니다. 어떤 기준을 따르는 삶을 살아가시겠습니까? 어떤 기준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우리의 선택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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