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 신부(부산가톨릭의료원 원목)
루카 5,1-11



을(乙)들을 부르시는 주님


 

   성소(聖召)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내리는 하느님의 초대입니다. 곧, 하느님께서 우리가 어떠한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시며 어떠한 삶으로 부르고 계시는지 알아듣고, 그것에 응답하는 것입니다. 성소라는 말은 라틴어의 vocatio(영어는 vocation)에서 온 말로서, 어원적으로는 목소리(vox)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하느님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따르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성소를 소명(召命)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역시 하느님의 부르심, 그분의 지시를 뜻하는 말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에 동참하라는 하느님의 초대에 응답한 사람들입니다.
 

    오늘 제1독서와 제2독서 그리고 복음 말씀을 보면 주님을 만난 사람들의 반응을 잘 볼 수 있습니다. 제 1독서의 이사야는 주님을 뵈었을 때 “큰일 났구나. 나는 이제 망했다. 나는 입술이 더러운 사람이다. 입술이 더러운 백성 가운데 살면서 임금이신 만군의 주님을 내 눈으로 뵙다니!”(이사 6,5) 제2독서에서 바오로는 “맨 마지막으로는 칠삭둥이 같은 나에게도 나타나셨습니다. 사실 나는 사도들 가운데 가장 보잘것없는 자로서, 사도라고 불릴 자격조차 없는 몸입니다. 하느님의 교회를 박해하였기 때문입니다.”(1코린 15,8~9)라고 코린토 공동체 앞에 고백합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의 베드로는 밤새도록 물고기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있었는데, 예수님 말씀에 따라서 그물을 내리니 매우 많은 물고기가 잡히자 예수님의 무릎 앞에 엎드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루카 5,8)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이렇듯 우리 주님께서는 세상의 평범하고 보잘것없으며 작은 이들을 당신의 사람으로 부르십니다. 대신 그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잘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에 주님과의 만남, 부르심에 즉각적인 응답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바로 깨어있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주님의 부르심을 받은 이들의 소명은 바로 예수님께서 몸소 살아내신 하느님 나라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갑(甲)이 되어야만 잘 살아갈 수 있는 오늘의 현실 안에서도, 우리 주님께서는 보잘것없지만 세상의 깨어있는 을(乙)들을 당신의 도구로, 사람 낚는 어부로, 하느님 나라의 일꾼으로 오늘도 우리를 부르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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