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삼민 신부(김해성당 주임)
마태 13,24-43



  밀인가, 가라지인가? 밀과 가라지의 비유로 불리는 오늘 복음의 핵심은 섣불리 가라지를 뽑으려다 밀까지 뽑을 수 있으니 추수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씀인 듯하다. 어쩐지 이 말씀은“심판은 하느님께 맡기고 너희는 너희 삶이나 잘 살아라.”하는 뜻으로 들린다.

예수님 시대에 바리사이를 비롯한 자칭 경건한 유다인들은 스스로를 선택받은 자라 의식하고 이방인은 물론 율법에 충실하지 못한 자들은 동족일지라도 무시하고 죄인 취급을 했다. 그리하여 평소 가난한 사람, 세리 등과 같은 미천한 자들과 어울리셨던 예수님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자신들의 의로움을 내세우려 했다. 그들의 눈에는 자신들이 하느님의 밭에 초대된 밀이요 나머지는 그저 쳐내야 할 가라지였던 셈이다.
그렇다면 초대교회는 어떠했을까?
오늘 복음을 낳게 한 마태오의 공동체는 대부분이 유다인 출신의 그리스도인들이었다고 한다. 그러니 그들에게서도 어느 정도 선민의식이 있었을 것이고 예수님 안의 같은 세례를 받은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과거의 행적이나 현재의 살고 있는 모습에 따라“저런 사람이 어떻게 교회에 있을 수 있나?”하는 식의 차별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어쩌면 마태오는 이렇게 교회 안에 존재하는 편견과 잘못된 심판의식을 염려하여 이 글을 쓴 것은 아닐까?
세상에는 완벽하게 선한 사람도 완벽하게 악한 사람도 없다. 오늘은 선하다가도 내일이면 악해질 수 있는 것이 인간인 것이다. 흔히 교회를 세상 안에 있는 하느님 나라라 한다. 이런 이유로 어떤 이들은 교회 안에는 천사 같은 의로운 사람만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교회의 부정적 모습에 실망하기도 하고 신자들도 서로를 비판하고 심판의 잣대로 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교회는 하느님 나라의 표상이기도 하지만 세상 안에 존재하는 죄인들의 모임이기도 한 것이다. 그리하여 가끔 열심히 봉사하던 교우들이나 새 신자들이 기존 신자에 대한 실망으로 상처를 받고 공동체를 떠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우리는 스스로 의인이라 말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선인과 악인의 심판은 하느님께 맡기고 우리는 그저 자신의 삶이나 충실히 살아야 하지 않을까? 밀과 가라지의 공존은 집단이나 공동체 안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 안에도 존재한다. 내가 만일 밀이라고 생각한다면 오늘 복음의 주인의 태도가 이해가 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라지라면 추수 때까지 기다리자는 이 말씀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당신은 밀입니까? 밀이 되고 싶은 가라지입니까? 아니면 밀인 줄 착각하는 가라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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