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진 신부(하늘공원 담당)
요한 16,5-11



 



다시듣기가 안되시는 분은 바로듣기를 선택해주십시요


잘 주무셨습니까.

하루를 여는 이 아침 가톨릭평화방송 청취자 여러분과 함께 주님의 사랑을 꿈꾸어봅니다.

저는 5년째 하늘공원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제가 묘지에서 지낸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섭지 않습니까?하고 묻습니다.

그러면 저는 아니오하고 대답하지요.

이곳에는 저보다 먼저 오신 부모님이 계십니다.

물론 돌아가셔서 봉안당에 모셔져 있습니다.

특별히 하늘공원은 어머니와 연관되어있습니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 이곳을 함께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에게 하셨던 말씀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여기 참 좋다하시며 아들과 함께 이곳에 살고 싶다하였습니다.

저는 오늘도 참 좋다고 하셨던, 같이 살고 싶다하셨던 어머니와 함께 하늘공원에 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매일 매일 죽음을 마주합니다.

한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과 만납니다.

노환이나 지병 등으로 미리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하는 것이지요.

이런 경우 이곳을 방문하시는 분들의 모습은 대체로 어둡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삶, 가까워진 죽음의 시간 앞에 주눅 들고 초라한 인간의 나약함을 봅니다.

 

정신과 의사 퀴블러 로스는 병원에서 중환자들을 접하며 죽음과 임종에 대한 연구를 하였습니다.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는 경우이든, 질병을 오래 앓아온 임종환자의 경우이든, 죽음을 맞이한 기간에 따라 느낌이 다를 수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죽음이란 다음과 같은 5단계의 심리적인 수용 단계를 거치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먼저 부정(Denial)의 단계입니다. 갑작스런 죽음의 충격에 대한 일종의 부정, 거부단계입니다.

그리고 분노(Anger)의 단계입니다. 왜 나는 죽음의 고통을 겪어야 하는가하며 분노하는 것입니다.

그다음 타협(Bargaining)하려 합니다. 죽음을 뒤로 미루고 싶어 하며 운명이나 신과 타협하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우울(Depression)의 단계인데 죽는다는 것이 안타까워 불안이나 슬픔을 보입니다. 가까운 장래에 소중한 사람들과 이별하게 된다는 것이 절망스러운 것이죠.

마지막으로 수용(Acceptance)의 단계인데 자신의 죽음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시기입니다.

즉 죽음을 대하는 일반적인 인간의 모습이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이라는 것입니다.

 

어쩌면 오늘 하늘공원에서 만나는 분들, 자신의 죽음 자리를 준비하기 위해 오신 분들은 수용의 단계를 거친 분들이겠지요.

그렇다고 해서 신앙인으로서는 뭔가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이제 나는 나를 보내신 분께 간다.

이렇게 분명하게 자신의 삶과 죽음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요?

분명 예수님께서는 자신이 누군지 압니다. 당신을 보내신 분을 알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하느님으로부터 보내졌다는 것을 아는 사람만이 자신의 삶과 죽음의 의미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한 자매님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삶에 여러 힘든 문제들을 신앙 안에서 잘 극복하여 성가정을 이루며 사는 분이었습니다.

매일 미사와 영성체, 병원에서 호스피스 봉사를 하며 하루 하루를 거룩하고 기쁘게 사는 자매님이었습니다.

 

대화 도중 기억에 남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자신이 살아오면서 많은 아픔이 있었고 영혼의 어둔 밤을 수없이 보내야 했던 과거, 거기서 다시 일어서고 다시 일어서고를 반복하면서 들었던 하느님 체험.

그것은 바로 자신은 아버지 하느님을 놓칠 수 있지만 결코 하느님께서는 자신을 놓치 않는다는 신앙체험이었습니다.

 

하늘공원 성직자 묘지의 한 신부님 비석에서 본 신명기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스산한 울음 소리만이 들려오는 빈 들판에서 만나, 감싸주시고 키워주시며 당신의 눈동자처럼 아껴주셨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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