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영 신부(대양전자통신고등학교 교목)
마태 11,11-15

 

 

 

 



다시듣기가 안되시는 분은 바로듣기를 선택해주십시요

 

찬미 예수님! 평화방송 애청자 여러분

 

이야기를 좋아하는 서진영 미카엘 신부입니다. 어제인 12월 9일 대림 2주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4일간 강론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이 두번째입니다. 어제는 우리 어깨에 놓인 짐이라는 주제로 짧은 예화와 한 편의 글을 읽어드렸습니다. 오늘은 조금 더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복음이 어려워서 더 쉽게 시작하려 합니다.

 

약간의 시간과 상상력을 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주제는 하늘나라 입장 시 주의사항입니다. 저희가 어떤 장소에 가면 화재나 사고시 주의사항을 이야기하는 것과 맥락입니다.

 

혹시 문 앞에서 당황해 본 적 있으십니까? 손잡이도 보이지 않고 밀어도 안되고, 이거 어떤 문이지라고 한참을 초조하게 서 있다가 반대편 사람 덕분에 문이 열린 적이 있습니다. 병원 화장실 문이었는데, 알고보니 미닫이 문이더라고요. 전혀 의심없이 여닫이 문이라 생각하고 밀쳐댔으니 열릴 턱이 없었던 거죠.

 

좌우의 홈을 따라 열리는 미닫이, 그리고 문턱의 앞뒤로 열리는 미닫이, 별거 아닌듯 해도 가끔 혼동될 때가 있죠. 용도에 따라 달리 쓰게 되는데요. 문을 설치하기도 편하고 드나드는 것도 문을 단속하기에도 여닫이가 더 편하지만, 방음이나 난방을 고려하면 이중창으로 쓰기 좋은 미닫이 낫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안전이라고 합니다. 갑자기 불어온 바람에 혹은 별 생각없는 상대방 때문에 다칠 수 있는 여닫이 보다는 좀 불편하지만 미닫이가 더 안전하기에 학교도 미닫이 문을 많이 씁니다.

 

그러니 그 장소와 용도에 따라 문을 여는 방식이 다르죠. 오늘 복음에서 하느님 나라는 폭행을 당해왔다고 하느데, 아마 사람들이 그 여는 방법을 오해했던 모양입니다. 힘으로 밀어 붙여서 해결될 게 아닌데, 그냥 대문을 박차고 뛰어들려고 했으니 많이 부딪혔을 겁니다. 하느님 나라는 힘으로 가는 곳이 아닌데, 말이죠. 마치 성지에 있는 성당 입구가 좁은 것이 겸손하게 들어오라는 뜻인 것처럼, 하느님 나라 역시 예언서와 율법의 주의사항을 찬찬히 읽어보고 조심스레 옆으로 밀고 들어오는 안전한 미닫이 문인거죠.

 

또 다른 이야기를 해 볼까요? 혹시 억지로 문을 열다 열쇠를 부러뜨려 본 적 있으십니까? 자물쇠에 비해 열쇠가 약한 건지, 사람이 무식하게 힘만 센 건지 몰라도 진짜 난처해 집니다. 주인이 열쇠를 가지고도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보조키도 아무 소용 없죠. 만약 누가 고의적으로 그렇게 자물쇠를 훼손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예수님께서 바리사이들을 책망하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자신은 물론 다른 이들까지 구원의 길에 들어서는 것을 막아버린다는 지적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요? 세례자 요한이라는 열쇠를 애써 부러뜨리려는 그들의 의도가 바로 오시기로 되어 있는 하느님 나라를 봉쇄하려는 헛된 수고로 보입니다.

 

열매를 맺지 않는 무화과 나무를 책망하심이 구원의 길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 그들에 대한 책망인 것처럼 오늘 복음에 폭행당해 온 하느님 나라와 무시 받은 세례자 요한의 이야기 역시 그들에 대한 질책입니다.

 

교실을 비우거나 다시 들어갈 때 누구는 출석부를 챙기고, 누구는 문단속을 합니다. 열쇠를 가진 친구가 가장 먼저 가서 묻을 열고, 가장 마지막으로 문을 닫고 오는 것이 상식이지 않겠습니까? 그 열쇠를 함부로 돌리는 것도, 제대로 문닥속을 하지 않는 것도 어쩌면 학급에서 벌어지는 도난사건의 빌미가 될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하느님 나라의 문을 여는 방법과 주의사항 역시 이와 같이 않을까요?

 

주인이면서도 혹은 열쇠를 들고도 문 앞에 서서 그저 문을 두드리거나 발로 차거나 혹은 다른 입구를 찾는 어리석은 이가 되지 않고 성서와 교회가 알려주는 옳은 방식으로 그 나라에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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