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균 신부 (길천성당 주임)
마르 5,1-20



 



호수 건너편 게라사인들의 땅은 유다인들의 입장에서 깨끗하지 못한 환경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땅은 율법에서 부정한 짐승으로 규정된 돼지들을 놓아기르는 곳이며 돼지 치는 이들이 머무는 땅, 깨끗하지 못한 이들의 땅이지요. 거기에 더해 마르코 복음사가는 악의 세력과 싸우는 예수님을 묘사하면서 무덤이라는 부정한 내용의 단어를 세 번이나 달아서 언급합니다.

 

예수님과 만난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은 돼지를 기르는 부정한 땅 중에서도 더 부정한 무덤에 터 잡고 살던 사람이며, 그런 환경 속에서 인간성을 잃고 극단적인 고통을 받는 사람의 표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이 이런 환경이 주는 폭력적인 힘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고 포기하거나 헤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입니다. 사회적으로 불리하고 좋지 않은 환경이 대물림되고, 편견과 혐오가 더해지면서 고립과 절연을 만듭니다. 때로는 자기 파괴적인 선택이 그 불행의 결말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는 어느 때부터인가 모든 문제를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모든 문제를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하는 것이지요.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것이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고통을 호소할 수 있는 창구를 찾은 사람은 그래도 나은 편에 속합니다. 호소할 곳도 찾지 못하고 사회의 시선으로부터 치워져, 마치 없는 듯이 취급되는 사람들에게는 누군가의 개입이 필요합니다.

 

예전에 비하면 사회복지 제도가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사각지대는 곳곳에 있어 아직 부족합니다. 더러운 영이 들린 이의 고통을 지나치지 않으시고 성한 모습을 찾도록 해주신 예수님의 모습은 이 사회가 성찰해야 할 또 하나의 방향을 일러줍니다. 환경이라는 것을 이루는 악의 힘은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악한 경향에 맞서 싸우는 결연한 개입이 필요합니다.
 

고통에 개입하고 성한 모습을 지니고 살 수 있는 사회를 이루는 데 협력하는 선한 힘이 커지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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