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찬 신부(부산가톨릭의료원장)
루카 12,35-38










    

평화방송 애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래전에 수영을 배우기 위해 수영장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그 강습에 참가하였습니다. 단순하고 지루하지만 기초훈련부터 열심히 해야만 작은 성과라도 얻을 수 있는 교육과정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수강생들은 서로를 조금씩 알게 되었고 사귀기도 하였습니다. 심지어 몇몇 사람들은 강습이 끝난 후 2차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임을 통해 친교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떤 사람들은 힘든 수영강습보다 즐거운 2차 모임의 시간들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듯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애초에 수영장을 찾은 동기와 목적에 대해 자문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그 대답은 수영능력의 습득과 그로 인해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입니다. 수영강사와 사귀거나 강습생들끼리 친분을 도모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부대효과일 수는 있지만, 그것을 목표로 삼는 것을 올바르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실 목적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지금 이 순간의 행동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동기입니다.
 

그렇다면 신앙생활을 하는 목적은 무엇일까요? 여러분은 왜 교회에 나갑니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그리스도교 신앙생활을 하는 목적, 가톨릭교회에 나가는 이유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하느님, 예수님입니다. 수영강습을 가는 사람에게 수영이라는 운동을 빼놓을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수영을 하지 않는 강습을 수영강습이라 할 수 없듯이, 우리가 주님이라고 부르는 하느님, 예수님을 떠올리지 않는 믿음의 길이란 불가능합니다. 그렇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생활의 가장 중요한 뼈대는 나와 주님이신 하느님과의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가는가에 있습니다. 그 최종적인 형태는 하느님과의 일치’, 하느님이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이 되는 상태라고 이 천년 그리스도교 신앙의 역사는 일관되게 표현합니다. 신앙의 목적이 남들보다 더 많은 지상적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 하느님의 은총을 얻는데 있다는 주장은 그리스도교 정통 신앙의 가르침이나 참된 교회 공동체 안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습니다. 사이비 신앙이냐, 아니냐를 한눈에 분별하는 기준은 내 마음 속에 하느님이 중심에 있느냐, 아니면 나의 세속적 욕망이 중심에 있느냐 입니. 다시 말하면 하느님을 믿으면 남들보다 더 많은 소유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가르치는 종교는 참된 종교가 아닙니다. 참된 종교란 진정한 삶의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변하는 과정을 소중히 여기면서 새롭고 성숙한 인간의 길을 열어가려고 노력합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복음의 말씀은 이런 노력이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야 되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혼인잔치에 갔다가 늦게 돌아온 주인과 그 주인을 기다리는 종들의 모습을 사례로 듭니다. 종들은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들고 주인이 문을 두드리면 즉시 문을 열 준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정신을 똑바로 차려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 종들을 보고 흡족한 주인은 스스로 띠를 매고 종들을 식탁에 앉힌 다음, 이제는 자신이 종이 되어 그들을 시중듭니다. 그야말로 주인이 종이 되고, 종이 주인이 되는 엄청난 광경이 펼쳐집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이 선포하는 최종적 목표인 하느님 나라의 모습은 이 광경을 통해 그려집니다. 하느님 나라에서는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소유하고 더 안락한 삶을 누리며 남을 마음껏 부리고 희희낙락하는 모습은 찾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현재의 내 처지를 잘 살펴보고 내 존재와 역할에 대해 각성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나에게 생명을 주신 주님께 필요하다면 기꺼이 나를 내놓겠다는 원의와 자세가 돋보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깨어 노력하려는 태도에 하느님은 흐뭇하게 화답하시면서 우리에게 진정 소중하고 참으로 필요한 것들을 마련해주십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라는 삶의 시간은 바로 이런 멋진 광경이 우리에게 펼쳐지도록 주어졌습니다. 그러므로 마음의 등불을 밝히고 행동에 신중하며 품위 있는 태도로 기꺼이 사랑하려는 열정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하느님 나라를 준비하고 체험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이런 삶을 사는 기쁨을 함께 나누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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