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밥을 짓는 영양사
오순절평화의마을 영양사 / 김해경 글라라
저는 오순절평화의마을 영양사입니다. 우리 마을은 노숙인 시설이지만 장애인들이 대부분입니다. 그중 인지가 가능한 가족(생활자들을 가족이라 칭함)들은 마을 내에서 자활활동을 합니다. 주방에도 22명의 자활 가족들이 있습니다. 밥 짓기, 설거지, 식자재 손질, 식탁 닦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하여 5명의 주방 직원들은 300명분의 세끼 식사를 매일 준비하려면 자활 가족들의 도움 없이는 할 수가 없습니다.
마을에서 근무한 지 올해로 9년째, 그동안 힘든 일도 있었고 기쁜 일도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행복한 기억 하나는 한 가족에게서 받은 편지였습니다. 그 가족이 편지를 주며 글자가 많이 틀려 부끄럽지만 꼭 본인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맞춤법은 틀렸지만 그분의 마음을 읽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영양사 선생님 항상 감사함니다. 못난 저를 신경쓰주시고요 이 은혜를 무엇쓰로 보답해야 할지 비가 온나 눈이 온나. 추워진다고요 보온병에 다가 밥 담아주시고요 국 시는다고요 쟁계주시고요 정말 감사합니다. 박 라우렌시오 감동받아서요. 더 잘하게습니다.”
지난 겨울 이 분은 개인 사정으로 원외 자활을 나가야 했고, 기차를 타고 마을에 돌아오는 시간은 저녁 배식이 훨씬 지난 시간이라 식판에 식사를 챙겨 놓아야 했습니다. 겨울이라 밥은 차게 식어 있었습니다. 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던 저는 이후 집에 있는 보온도시락을 챙겨 준비해놓았습니다. 처음부터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고 부끄러웠었는데, 이 분은 일 년이 지나서도 그 마음을 잊지 않고 고맙다는 표현을 해주셨습니다. 편지를 받고 죄송하고 고마운 마음에 눈물이 났습니다.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될까? 가족들은 저에게 감사하다 하지만 제가 더 감사하고 죄송한데, 이런 사랑을 받고 살면서도 때론 물질에 쫓겨 원망하며 시기하고, 질투하며 살아온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우리 가족들은 작은 것에 감사하고, 불편한 몸으로 더 불편한 가족들을 도와주는 천사와 같은 분들입니다. 한 명도 아닌 300명의 천사들과 살아가는 저는 너무나 행복한 영양사입니다.
요즘 작은 고민이 있다면 매일 300개가 넘는 식판을 닦으시는 형제님들의 노고를 어떻게 하면 덜어 드릴까 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함께 하시는 하느님께서 신비로운 손길로 또 한 번 작은 기적을 만들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하시고 주님 안에서 늘 행복하시길 기도드립니다. 행복함을 느끼고 싶으시면 언제든 오순절평화의마을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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