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 아빠

가톨릭부산 2015.10.12 07:11 조회 수 : 21

호수 2258호 2014.02.02 
글쓴이 조대범 요셉 

무면허 아빠

조대범 요셉 / 제1기 성요셉아버지학교 수료생, 우동성당

막내가 ‘우리 가족 순위’라며 ‘1등 엄마, 2등 형, 3등 나, 4등 아빠’라고 적힌 종이를 내밀었는데, 내심 서운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름 아이들에게 친근하고 함께하는 아빠라고 생각했었는데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물론 나 역시 ‘좋은 아빠 되기’에 대한 물음과 현실 사이에서, 가족들에게 ‘미안함’이라는 마음의 빚을 늘 지고 살아가는 못난 아버지라는 자괴감이 존재했던 건 사실이다.

이런 내 마음을 주님께서 알아채셨는지 어느 주일미사 후 갑자기 아내가 아버지학교에 등록했으니, 가서 교육 좀 받고 ‘무면허 아빠’ 노릇은 그만하고 좋은 아빠가 되어 달란다. 이 소리를 듣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맞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비록 나 자신은 교직을 업으로 삼고 학생들에게 늘 배움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배움을 게을리 했음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겉으론 시키지도 않은 일을 했다며 아내를 타박했지만 내심 싫지만은 않았다.

코 앞으로 교육일자가 다가올수록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입교와 동시에 그 불편한 마음은 신기하리만큼 모두 사라졌다. 밝은 표정의 봉사자들과 첫 대면 후에 이어진 교육에서, 솔직히 경상도 사나이가 소화해내기엔 낯간지러운 프로그램들도 있었지만 참여할수록 마음이 편안해지는 나 자신이 놀라웠다. 가족을 되돌아보면서 내 아버지와 아내를 이해하게 되었고,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서 대하지 못한 잘못에 대해 고백하고 용서를 구했다. 아버지학교 동료 입교생들은 서로 공감하고 고민하고 울먹이면서 5주를 함께 했다.

아버지학교를 통해 이기와 독선과 강압으로 상징되던 ‘나’를 버리고, 가족을 존중하고 사랑하고 용서하는 진정한 ‘가정의 수호자’로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나 하나의 변화로 가정이 평화롭고 사랑이 넘치게 된 것이다. 한꺼번에 모든 것이 변하지는 않겠지만 조금씩 실천해나가면 나 역시 좋은 아버지가 될 것이고, 아름다운 성가정이 되리라 확신한다. 누가 “아버지도 면허가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꼭 필요하다.”고 말할 것이다. 당신의 무지와 독선이 사랑스런 가족들을 병들게 하니, 빨리 아버지학교에 등록하라고 말이다. ‘제3기 성요셉아버지학교’는 오는 3월 15일부터 4월 12일까지 더욱 알차게 마련된다.

제3기 성요셉아버지학교
·3.15(토)∼4.12(토) (총 5주 과정)
매주 토요일 15:00∼21:00
·부곡동 한국외방선교수녀회 강당
대상 : 초, 중, 고 자녀를 둔 아버지
마감 : 2.28(금), 신청서 접수 순(선착순 40명)
신청 : family@catp.kr, 625-1765(팩스)
문의 : 010-3553-2270 (성요셉아버지학교)
051-629-8710 (가정사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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