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223호 2013.07.07 
글쓴이 강유빈 발레리아 

땅끝에서 천국까지, 아름다운 제주도를 거닐다

강유빈 발레리아 / 동아대학교

지난 6월 25일 화요일부터 6월 28일 금요일까지, 제주도로 ‘2013년 대학생 도보순례’를 다녀왔다. 그곳엔 부산, 대구, 인천, 제주에서 온 젊고 활기찬 대학생들이 가득 모여 있었다. 순례는 각 교구별로 섞어 열두 개의 팀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처음 만나는 우리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나 역시 어색한 마음을 가지며, 팀원들과 함께 첫 행선지인 이시돌 목장으로 떠났다.

이국적인 이시돌 목장의 정경을 바라보며 묵주를 테마로 만들어진 연못 주위를 돌며 묵주기도를 바쳤다. 평소 고해성사 보속으로 묵주기도를 한 것 외에 따로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 지난날을 반성했다. 촉촉이 내리는 가랑비를 맞으며 순수하고 들뜬 마음으로 기도를 바쳤다.

비를 피하려고 야외에 만들어진 회당에 들어가 삼삼오오 모여 원을 그리며 앉아 자신을 소개하고 꿈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도 가졌다. 아직 남아있는 어색함을 지우기 위해 기타를 연주하거나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서늘했던 날씨의 냉기보다 따스한 그날의 온기에 지금도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둘째 날부터 본격적인 도보 일정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서귀포성당에서부터 올레 7코스를 넘어 8코스까지 23km에 달하는 거리를 한 번의 짜증이나 투정 없이 걸었고, 중간에 침묵도보를 하기도 했다. 도보를 하는 중에 세간의 문제로 떠올라 평화를 위협받고 있는 강정마을을 보기도 했다. 그곳에서는 무언가 숙연해지는 기분도 들었다.

새벽에 비가 많이 와서 온 바닥이 미끄러운 진흙탕이었고 물길이 중간 중간에 흐르고 있다 보니 어려움도 있었지만 넘어지려 할 때면 잡아주는 손길이 있어 뒤처지는 사람 없이 나아갈 수 있었다. 도보를 통해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과 걱정이 세상 전부라고 협소하게 생각했던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보고, 공동체 안에서 세상을 걸으며 자연과 소통하고 함께하는 법을 배웠다. 또한 내가 내딛는 걸음이 신앙적으로도 성숙해지는 뜻깊은 한 걸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신앙이 얼마나 즐거운 것인가도 함께 말이다.

나뭇가지에 앉아 재잘거리는 새소리, 산과 하늘의 윤곽을 흐릿하게 지우는 안개, 시골 내음과 에메랄드빛 바다, 제주도 땅의 강인함을 닮은 붉고 푸른 수국들과 이름 모를 꽃들의 향연, 촉촉이 젖은 흙과 티 없이 맑은 사람들의 웃음소리….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쉬움과 그리움이 마음을 적시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도 이런 소중한 체험과 만남, 시간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린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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