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도 함께 모시구요!

가톨릭부산 2015.10.12 06:59 조회 수 : 55

호수 2222호 2013.06.30 
글쓴이 이희란 에스텔 

주님도 함께 모시구요!

이희란 에스텔 / 부산가톨릭대학교 언어청각치료학과 교수

졸업한 지 1년이 지난 제자가 스승의 날을 맞아 연구실로 인사를 왔다. 새내기 언어치료사로 일하며 경험하는 여러 순간을 털어놓기도 하며, 직업인으로서 살아가는 어려움과 더불어 언어치료사로서의 삶의 보람과 고충도 서로 나누었다.

제자가 토로하는 제일 큰 어려움은 기도 중에도 어느 사이엔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게 되어서, 간혹 기도를 하고 있는지 아이들을 위한 언어치료 기법을 고민하는 건지 모를 경우가 있다는 것이었다. 기도 중에도 함께 해주는 선생님이 있는 그 아이들은 오히려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순간도 아이들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제자의 삶이 어쩌면 고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안쓰러움마저 들었다. 연구실에서 다 못한 얘기는 한가로이 만나 밥도 먹으면서 나누자며 약속을 잡기로 하고 헤어졌는데, 그 제자는 다음 날 문자를 보내 “바로 날 잡아요, 교수님!” 하는 것이었다. 약속 장소와 날짜를 호기롭게 정하고는 스마트폰을 닫으려는 순간, 제자가 남긴 마지막 한 마디에 나는 정말 놀라고 행복해졌다. “주님도 함께 모시구요!” 그 순간, 주님도 함께하시는 만남이라 생각하니 우리의 만남에 대한 또 다른 기대감마저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실 주님께서는 우리가 모시고자 한다면 언제든지 함께 하신다. 언제나 주님과 함께하는 삶을 산다고 자부하면서도, 이런 개인적인 만남의 자리에 주님을 모신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았다. 기도를 시작하며 성호를 긋고, 주님께 나를 알리기를 수없이 했지만, 주님을 먼저 모시고 정말 함께 하고자 했었는지 스스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말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아동과 성인들에게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에서 어려움이 덜하도록 도움을 주는 직업을 가진 우리 언어치료사들은 그 어느 누구보다 주님께 도움을 청하면서 많은 위로를 받는다. 다음 달이면, ‘부산가톨릭대학교 부설 언어청각임상센터가 또 한 번 새롭게 시작한다. 지난 2008년에 언어청각치료학과 부설 언어치료실로 작게 문을 열어, 언어장애 아동과 성인들에게 질 높은 언어치료 교육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장소가 협소해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부산가톨릭대학교 특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대학 맞은편에 자리한 라파엘관 2층에 새롭게 센터를 마련해 최고의 시설과 환경에서 언어치료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새로운 시작에도 주님을 모셔야겠다.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아동과 성인들이 좀 더 발전된 말과 언어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자리에, 주님을 모셔서 그 기쁨의 순간을 보여 드려야겠다. 주님께서는 아무리 바쁘시더라도 우리가 모시면 언제나 기꺼이 응해주시는 분이 아니시던가!

■ 문의 : 510-0829, 0847,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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