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192호 2012.12.16 
글쓴이 김해경 글라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밥을 짓는 영양사

오순절평화의마을 영양사 / 김해경 글라라

저는 오순절평화의마을 영양사입니다. 우리 마을은 노숙인 시설이지만 장애인들이 대부분입니다. 그중 인지가 가능한 가족(생활자들을 가족이라 칭함)들은 마을 내에서 자활활동을 합니다. 주방에도 22명의 자활 가족들이 있습니다. 밥 짓기, 설거지, 식자재 손질, 식탁 닦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하여 5명의 주방 직원들은 300명분의 세끼 식사를 매일 준비하려면 자활 가족들의 도움 없이는 할 수가 없습니다.
마을에서 근무한 지 올해로 9년째, 그동안 힘든 일도 있었고 기쁜 일도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행복한 기억 하나는 한 가족에게서 받은 편지였습니다. 그 가족이 편지를 주며 글자가 많이 틀려 부끄럽지만 꼭 본인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맞춤법은 틀렸지만 그분의 마음을 읽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영양사 선생님 항상 감사함니다. 못난 저를 신경쓰주시고요 이 은혜를 무엇쓰로 보답해야 할지 비가 온나 눈이 온나. 추워진다고요 보온병에 다가 밥 담아주시고요 국 시는다고요 쟁계주시고요 정말 감사합니다. 박 라우렌시오 감동받아서요. 더 잘하게습니다.”
지난 겨울 이 분은 개인 사정으로 원외 자활을 나가야 했고, 기차를 타고 마을에 돌아오는 시간은 저녁 배식이 훨씬 지난 시간이라 식판에 식사를 챙겨 놓아야 했습니다. 겨울이라 밥은 차게 식어 있었습니다. 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던 저는 이후 집에 있는 보온도시락을 챙겨 준비해놓았습니다. 처음부터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고 부끄러웠었는데, 이 분은 일 년이 지나서도 그 마음을 잊지 않고 고맙다는 표현을 해주셨습니다. 편지를 받고 죄송하고 고마운 마음에 눈물이 났습니다.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될까? 가족들은 저에게 감사하다 하지만 제가 더 감사하고 죄송한데, 이런 사랑을 받고 살면서도 때론 물질에 쫓겨 원망하며 시기하고, 질투하며 살아온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우리 가족들은 작은 것에 감사하고, 불편한 몸으로 더 불편한 가족들을 도와주는 천사와 같은 분들입니다. 한 명도 아닌 300명의 천사들과 살아가는 저는 너무나 행복한 영양사입니다.
요즘 작은 고민이 있다면 매일 300개가 넘는 식판을 닦으시는 형제님들의 노고를 어떻게 하면 덜어 드릴까 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함께 하시는 하느님께서 신비로운 손길로 또 한 번 작은 기적을 만들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하시고 주님 안에서 늘 행복하시길 기도드립니다. 행복함을 느끼고 싶으시면 언제든 오순절평화의마을로 놀러 오세요.

후원 및 문의 : (055)352-4241
 

번호 호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370 2637호 2021.02.07  베드로 형제님, 초대합니다! file 이동화 신부  2088
369 2287호 2014.08.17  제3기 사회교리학교를 마치며 이소라 마리안나  1574
368 2354호 2015.11.15  부산 최고 학력·인성교육의 사학 명문 - 천주교 부산교구 학교법인 성모학원 산하 고등학교 file 가톨릭부산  1237
367 2408호 2016.11.13  천주교 부산교구 학교법인 성모학원 산하 고등학교 file 가톨릭부산  817
366 2028호 2009.12.27  2009년 사제 부제 서품 홍보실  638
365 2083호 2010.12.26  2010년 사제·부제 서품 주보편집실  577
364 2380호 2016.05.01  감물생태학습관, 생태피정(연수)에 초대합니다! 김준한 신부  431
363 2015호 2009.10.01  인사 발령 주보편집실  398
362 2101호 2011.04.17  성유 축성 미사의 의미 교구 전례위원회  395
361 2171호 2012.07.29  너희는 땅끝까지 가서 복음을 전하라 제정우 클라로  389
360 2275호 2014.06.01  주님의 집에 가자할 때 나는 몹시 기뻤노라 유상하 광렬요한  386
359 2391호 2016.07.17  양산 청소년 캠프장 개장 안내 부산가톨릭청소년회  377
358 2370호 2016.02.21  부산가톨릭생활성가협의회, ‘부가생협’을 소개합니다. file 김중현 세례자요한  376
357 2745호 2023. 2. 19  6R 탄소단식 챌린지에 함께 해주세요. file 선교사목국  364
356 2801호 2024. 2. 25  대전 가르멜(봉쇄) 여자 수도원, 도움의 손길이 필요... file 가톨릭부산  352
355 2020호 2009.11.05  11월은 위령의 달 관리국  334
354 2623호 2020.11.15  천주교 부산교구 학교법인 성모학원 산하 고등학교 file 가톨릭부산  333
353 2070호 2010.10.03  인사 발령 주보편집실  311
352 2353호 2015.11.08  천주교부산교구 학교법인 성모학원 산하 학교 소개 - 대양전자통신고등학교 file 대양전자통신고등학교  302
351 2357호 2015.12.06  예비신학교 하반기 프로그램 독서 감상문 - 『가장 멋진 삶』을 읽고 정수호 사도요한  295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