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의 행복지킴이들
이학준 대건안드레아 / 장산성당 주일학교 교사
나의, 우리의 필리핀 봉사는 잊지 못할 거대한 행복으로 다가온 것 같다. 봉사활동을 하며, 학생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행복’이라는 단어였다. 문득 나는 “자기 것들을 나눠주고 감정을 소비하는 일이 왜 행복하게 다가올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내 내린 결론은, 우리 모두에게 봉사활동이란 “그들을 위해 희생한다.”가 아닌 “그들과 나눔으로써 그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이 또한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라는 점이었다.
사실 해외 봉사는 처음인지라, 목적지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설레는 마음보다는 걱정되는 마음이 훨씬 컸다. “타인의 불행에 대해 나는 어떠한 자세를 취해야 할까?”라는 생각에 필리핀 친구들을 만나기 전 자신을 가다듬던 기억이 난다.
TV에서나 보던 불우한 환경의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경험하니, 걱정과 안쓰러움의 감정에 마르고 말랐던 눈물샘까지 터뜨릴 정도였다. 그러고는 나는 너무나 행복하고 편한 삶을 살았고, 건강하고 온전한 몸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그것이 그들의 불행을 보며 자기 위로를 하는 것이기에,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까지 느꼈다.
하지만, 그들과 웃고 대화하며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우리보다 더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 사람들은 ‘불행한 사람’이 아니었다. ‘아직 행복하지 않은 사람’일 뿐이었다. 그러고 이내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그중에 대다수는 ‘행복한 사람’이 될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조그마한 해석의 차이가 정말 많은 것들이 달라지도록 변화시켰다. 긍정과 부정은 의지의 문제이고, 감정의 문제라는 것. 부정적인 사람은 아무리 좋은 상황에서도 나쁜 요소를 찾아내고야 말고, 긍정적인 사람은 아무리 나쁜 상황에서도 좋은 요소를 찾아낸다는 것. 내가 봉사활동을 다녀오고 얻은 위대한 교훈이었다.
필리핀의 그 아이들은 참으로 잘 웃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서로의 몸짓, 말투 하나 하나에 웃음꽃을 만발하였다. 아이들의 은방울꽃 같은 웃음을 다시금 떠올리며 생각해본다.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걸까, 아니면 웃을 수 있기에 행복할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