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에 ‘세절 밟기’를 하고 온 신자를 봤습니다. 그 날에 세 절 마당을 밟으면 복을 받는다고 하던데, 그래도 되나요?
그분들, 교회에서는 천상의 복을 얻고 땅에서는 절을 통해서 복을 얻겠다는 심보네요. 교회는 상대방의 종교행사를 비방하거나 그릇되다 지적하지 않습니다. 다만 온 만물의 주인이신 하느님을 향한 믿음의 고백을 멈출 수가 없고 결코 멈추지도 않습니다. 타 종교인들의 행사를 기꺼워하는 마음에서 ‘구경’하고 ‘관람’하고 혹 참여하는 일이 그릇되다 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복을 받기 위해서’ 절을 찾고 더욱이 세 절 마당을 밟으면 복을 받으리라 생각했다면 대죄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은근슬쩍 넘어가고 이럭저럭 봐주는 분이 결코 아니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축복의 근원이십니다. 하지만 돈 벌고 승진하고 좋은 학벌 갖추기 위해 ‘비는’ 사람만 복을 주는 우상이 아니십니다.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이 이교인이었을 때에 말도 하지 못하는 우상들에게 이끌려 정신없이 휩쓸렸다”(1코린 12,2)는 것을 아십니다. 이러한 무지가 가여워서 외아들 예수님을 통해 구원을 선물하셨습니다. “조상들이 가르쳐 준 대로 고집스럽게 바알들을 따라”(예레 9,13) 사는 우매함에서 건져주셨습니다. 주님을 우롱하지 마세요. 성령을 근심케 하는 일만큼 무서운 죄는 없습니다. ‘세절 밟기’ 사건이 사제들의 마음을 앓게 하네요.
출처 - 가톨릭 부산 주보 1994호 2009.05.24 소곤소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