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무덤

가톨릭부산 2015.10.08 05:36 조회 수 : 222

호수 2311호 2015.01.18 
글쓴이 조욱종 신부 

고흐의 무덤


조욱종 신부 / 로사리오의 집 loucho2@hanmail.net
 

  오베르 쉬르 우아즈, 줄여서 오베르, 이곳은 고흐가 마지막 살다가 죽은 마을이다. 오베르에는 고흐가 살던 집도 있고 고흐의 무덤도 있다. 고흐의 그림에 나오는 성당과 밀밭을 비롯한 온갖 풍경들과 일하는 사람들이 그려진 곳이다. 성당은 로마네스크양식과 고딕양식을 절충한 십자가 모양새로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다. 고흐는 성당을 그리면서 성당의 후면, 즉 제대 쪽의 제의방 자리를 그렸다. 입구의 반대편인데 고흐에게는 화려한 현관보다 수줍은 뒷자리가 아름다웠겠지. 또한 타오르듯 흔들리게 그렸다. 고흐는 나무들도 흔들리는 촛불처럼, 밤하늘의 별들도 흔들리는 천체로 그렸지만… 

  그렇게 세상을 비틀어 보는 고흐, 세상은 그렇게 비틀어 봄으로써 숨은 내면을 찾아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고흐, 그래서인지 가난하기 짝이 없어 무덤에 얹을 돌마저 살 돈이 없어 돌 대신에 아이비 잎으로 덮어놓은 고흐의 무덤… 이렇듯 오베르에 가면 고흐의 내면을 다 볼 수 있다. 

  한국의 사적지들에는 그 입구에 송덕비들이 즐비하다. 큰손들의 감사비라고 하겠다. 그래서 보기가 민망하다. 신심 굳고 덕망 높은 사람들을 기념하는 비석들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우리 성당에도 그런 사람들이 참 많다. 고흐만큼 가난하지는 않지만, 고흐처럼 세상을 비틀어 하느님의 눈으로 바라보며 산 이들, 이웃 교우들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쓰다듬어주고 하느님을 향한 신심이 현실의 짓누르는 힘에 굴하지 않도록 격려하며 스스로 모범적으로 산 신앙인들 말이다. 그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고 잊어버리기엔 너무 아쉽다. 우리 인생이 천상을 향한 여정이기에 표지판은 늘 필요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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