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의 주역, 순교자의 후예

가톨릭부산 2015.10.08 06:08 조회 수 : 130

호수 2346호 2015.09.20 
글쓴이 조욱종 신부 

반환의 주역, 순교자의 후예

조욱종 신부 / 로사리오의 집 loucho2@hanmail.net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은 한국 현대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다. 미문화원의 도서실에는 다양한 전문서적들이 있었으며, 2층의 강당에서는 언더그라운드 영화 상영, 실내악 연주회 그리고 앤디 워홀을 비롯한 충격적인 전시회 등이 계속하여 열려 선진적이고 다양한 세계의 문화를 소개해주던 곳이었다. 그랬기에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은 놀라운 충격이었다. 더구나 방화를 한 사람들 중에 천주교 신자들이 많았고 그들을 숨겨주었던 신부가 구속이 되고, 이런 일련의 사건을 통해 우리는 광주민중항쟁이 일어난 과정과 그 배경에 대해서 좀 더 잘 알게 되었다.

여러 곡절을 겪으면서 미문화원 자리를 반환해달라는 청원운동이 시작되었다. 일본의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 자리를 해방 후 미군정이 인수했는데 그 계약이 이미 끝났으므로 돌려달라는 반환운동이었다. 반환운동의 주역은 우리 천주교 교우이다. 부산교구 모 본당에서 열심한 그리스도인으로 살고 있는 김희로 선생이다. 김구 선생, 이렇게 부르듯이 나는 김희로 선생이라고 부른다. 함경도 출신으로 한국전쟁 때 남하하여 1979년 이후부터 부산에 정착해서 살고 있는 실향민으로 4대째 신앙 생활을 하고 있다. 김희로 선생의 활동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미군이 주둔하던 하야리아 부대의 반환이 이루어진 것도 김희로 선생 덕분이었다. 일제 강점기의 경마장을 미군이 접수하여 주둔하여 왔고 마치 우리는 잊은 땅처럼 생각했었다. 이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어야 한다고 미국을 상대로 얻어낸 성과를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된다. 미군부대 자리를 시민공원이 되게 하였다.

팔순을 넘긴 나이에도 늘 꿈을 꾸는 소년처럼 하느님 나라를 향한 지향으로 살고 있는 젊은 그리스도인, 김희로 선생. 순교자 성월에 순교 정신을 되새기면서 생각해보면, 이런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순교자의 후예들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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