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의 역설

가톨릭부산 2015.10.08 05:40 조회 수 : 17

호수 2315호 2015.02.15 
글쓴이 김상효 신부 

다문화의 역설

김상효 신부 / 신선성당 주임 airjazz@hanmail.net

미국으로 이민 가서 아주 오랜 세월을 살면서도 한국의 문화와 말을 잊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을 보게 되면 우리는 장하다고 여긴다. 민족을 잊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우리는 강한 동질감을 느낀다. 소수 인종이며 비주류 민족의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자신들의 공동체를 만들어 내고, 자신들의 음식을 지켜내고, 자식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치며, 고국을 그리워하며 살아가고, 심지어 고국에서 성직자까지 영입하여 한국식 종교 공동체를 만들어 버리는 사람들. 그들이 자랑스럽고 그들에게 심어져 있는 우리 민족 문화의 끈질김이 무척이나 고맙기도 하다.

한국으로 이민 와서 오랜 세월을 살았으면서도 아직도 자기 민족의 말을 사용하며 한국말을 잘하지 못하는 다문화 식구들을 보면 우리는 답답하다고 여긴다. 여전히 자기 민족의 정체성을 가지고 그것을 고집하는 다문화 식구들을 보면 우리는 강한 이질감을 느낀다. 만일 어떤 다문화 식구들이 한국 내에서 살아가면서 소수 인종이며 비주류 민족의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레 자신들의 공동체를 만들어내고, 자신들의 음식을 지켜내고, 한국에서 출산한 자녀들에게 모국어를 가르치며, 고국의 식구들을 그리워하며, 심지어 고국에서 자신의 종교까지 들여와서 살아간다면 우리는 그들을 남으로 여겨버릴 것이다.
이것이 다문화의 역설이다. 세계적으로 이민정책은“용광로(melting pot)”나“샐러드 그릇(salad bowl)”으로 표현되는 두 형태가 있다. 전자는 고유한 다양성을 모두 녹여서 하나로 만들어 버리는 정책이고, 후자는 이민자 자신의 고유한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한 채 새로운 맛(문화)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다. 대개의 이민 정책은 위 두 정책의 어느 중간쯤 한 지점이 될 터인데, 한국의 상황은 아직 사회적 논의 자체가 없고, 그 논의를 담아낼 철학적, 문화적 그릇도 없는 것 같다.

* 질문 :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문화는 두려움입니까? 즐거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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