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와 통학버스

가톨릭부산 2015.10.08 04:53 조회 수 : 69

호수 2304호 2014.12.14 
글쓴이 김상효 신부 

구급차와 통학버스
 

김상효 신부 / 신선성당 주임 airjazz@hanmail.net
 

  미국에서 몇 년간을 살기 위해 미국 운전면허를 취득하려 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이미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던 운전 선배들이 한국의 운전 습관에 젖어있던 저에게 하나같이 충고했습니다.“구급차와 통학버스는 하늘처럼 여겨라!”,“무조건 양보하고, 무조건 서주고, 무조건 보호하라!”운전면허증을 받아 안고 미국의 거리를 운전하면서 정말 그렇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중앙분리대가 없는 길인데 반대편 차선에 통학버스가 서 있으면 내 쪽 차선에 있는 차들도 모두 정차를 해야 했고, 구급차의 경광등은 홍해의 모세 지팡이보다 더 강력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미국사람들이라고 모두 착하거나 모두 공중 의식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구급차와 통학버스를 존중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자연스럽게 동의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구급차에 탄 환자와 통학버스에 타고 있는 학생들에 대하여 특별한 배려를 해야 하고 이를 어길 때에는 강력한 교통벌칙을 부과하는 제도적 장치도 이런 사회적 합의를 뒷받침하고 있었습니다.
 

  길은 사회적 자산입니다. 모두가 그 자산을 공유하면서 각자의 필요에 따라 사용할 권리를 가집니다. 그것이 사회적 자산을 대하는 공정함입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 사회적 약자에게 우선권을 주고 사회적 약자들이 그 자산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 그것이 더 공정하다고 여기는 사회적 합의는 제도나 법률로 강제하기 이전에, 가꾸어 가야 할 일종의 문화라고 여겨집니다.‘사회적 자산을 누가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냐, 혹은 더 효율적이냐’를 따지는 세태 속에서 우리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하여 잠시 차를 멈추었으면 합니다. 차창 너머로 달려가는 구급차 속의 환자를 향해 화살기도도 쏘아주고, 차에서 내리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에 미소도 날려주며 고단한 시간을 위로받는 문화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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