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판단, 신학적 판단

가톨릭부산 2015.10.08 06:04 조회 수 : 118

호수 2345호 2015.09.13 
글쓴이 조욱종 신부 

정치적 판단, 신학적 판단

조욱종 신부 / 로사리오의 집 loucho2@hanmail.net

예수님의 피를 원했던 유다인들의 고발에 의해 마지못해 재판을 해야 했던 빌라도, 그는 이 문제에서 정치적 판단밖에 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정치적 의미의 왕이 아닌 메시아이신 예수님을 정치적 판단으로 십자가형에 처했다. 한편 예수님을 고발한 카야파와 안나스 등의 유다인들은 정치적 권한이 없었기에 정무적 판단을 하고 있었다. 정무적 판단에는 유리한가 불리한가의 기준이 놓여있다.

주교들과 신부들이 한국사회의 불의를 지적하고 정의를 호소하는 일들이 많다. 주로 성명서나 기자회견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것은 신학적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신 일과 가르침에 따라 이 시대에 호소하는 것이다. 즉, 교회가 예수님의 죽음에 동참하고 끝내 승리하는 주님의 부활에 참여하기 위해서이다. 교회는 이러한 신학적 판단에 근거하여 행동한다.

정무적 판단이 정치적 판단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듯이, 사목적 판단은 신학적 판단에 근거하여야 한다. 그런데 신학적 판단을 근거로 한 주교와 신부들의 사목적 행위를 정치적 판단이라고 몰아세워 정치사제라고 신문에 광고까지 내는 단체가 있다. 이름하여‘대수천’이다. 대한민국수호천주교모임의 줄임말이다.

이들이 주교들과 신부들을 고발하는 행위를 보면 빌라도와 카야파가 예수님을 죽음으로 몰아세운 예수 수난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순교자 성월이다. 한국의 초대교회 신자들은 경천애민의 정신으로 세상 권력의 나라를 넘어선 하느님 나라를 지향하며, 피를 흘려 순교하였다. 그 피 위에 세운 우리 한국천주교가 아니던가! 시복자들의 시성을 앞둔 우리 교회가 다시 제대로 된 순교문화를 세워나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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