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350호 2015.10.18 
글쓴이 김상효 신부 

교회의 문화역량을 위한 제언(3) - 적응(Adaption)

 

김상효 신부 / 신선성당 주임 airjazz@hanmail.net

 

  어떤 본당에서 임시성전을 꾸리고 살 때였다. 원래 유치원 교실이었던 곳의 벽체를 허물고 회중이 모일 공간을 마련한 곳이었는데 벽체는 없앴지만 기둥을 허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세 개의 기둥이 제대 바로 앞에 우뚝 서 있어서 회중석을 가로막고 있는 모습이 되어 버렸다. 매번 미사를 봉헌할 때마다 교우들 얼굴 보다 그 기둥들이 먼저 눈에 띄었다. 해서 그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그 기둥들에게 내심으로 세례(?)를 줘 버렸다. 차라리 내 식구로 여기자, 모든 미사에 다 참석하는 최고로 열심한 교우로 여겨 버리자고 생각했다. 그 기둥들을 입양(Adoption)해 버리면서 내가 적응(Adaption)할 수 있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헌장은 교회가 (전례의 입장에서) 문화에 대해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다. 전례헌장의 37항~40항까지의 제목이“민족의 특성과 전통에 대한 적응규범(Norms for adapting the Liturgy to the culture and traditions of peoples)”이다. 공의회는 전례가 거행될 지역과 시대의 문화와 전통에 전례가 다가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주어와 목적어가 바뀌면 해석이나 의미가 크게 달라진다. 문화들을 끌고 올 것인지, 문화들에 다가가야 할 것인지 중요한 입장차가 생기는 것이다. 물론 당연히 복음과 전례의 상대화는 경계해야 한다. 전례헌장 123항에서 공의회는“교회는 어떠한 미술 양식도 자기 고유의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즉, 교회와 교회의 메시지를 드러내기 위해 교회가 어떤 특정한 스타일의 예술 양식을 채택(Adoption)하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물론 성음악에 있어서 파이프 오르간과 그레고리안 성가에 대한 특별한 지위를 인정하지만 말이다.) 말하자면 입양(Adoption)해야 할 자식들이 도처에 널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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