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산업화

가톨릭부산 2015.10.08 06:01 조회 수 : 60

호수 2339호 2015.08.02 
글쓴이 김상효 신부 

문화의 산업화

김상효 신부 / 신선성당 주임 airjazz@hanmail.net

좀 오래전에 참 괜찮은 영화 하나가 개봉되었다. 슬픈 현실을 아이들의 해맑은 시선으로 풀어내는 재미있고 슬픈 영화였다. 해서 본당의 학생들과 함께 보려고 마음을 먹었다. 예매를 위해 검색을 했는데 부산, 경남 지역에서 딱 두 극장만 상영하고 있었다. 원래 내 취향이 좀 특이하기는 하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억지로 해운대에 있는 영화관까지 찾아가야만 했다. 우리 동네 근처에 그렇게 많은 영화관이 있는데 어느 한 스크린에도 이 영화가 걸리지 못했다.

문화 콘텐츠가 산업의 모습을 가지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흥행이 되는 영화(즉 수요가 많은 상품)를 더 많은 극장에 내 거는 것(공급의 확대)은 경제논리로 따지면 적절한 행동일지 모른다. 그러나 흥행이 되는 이유가 더 많은 공급, 즉 무지막지한 스크린 점유를 통해 문화 소비자(관객)의 선택의 여지를 없애 버려서 생기는 데 있다면 이건 좀 다른 문제가 된다. 다른 것도 먹고 싶은데 모든 가게가 햄버거만 팔기 때문에 햄버거만 먹게 되고, 그래서 햄버거가 잘 팔린다면, 잘 팔린다는 이유로 그 햄버거를 좋은 음식이라고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칼로리만 높고 영양가는 별로 없는 문화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현상은 문화가 산업의 형태를 취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거대 자본이 문화라고 하는 시장을 차지할 때 우리는 편식을 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의 문화 입맛도 거기에 길들여진다.

K-Pop 열풍이 대단하다. 예쁜 걸 그룹, 그리고 더 예쁜 보이 그룹이 온 화면을 현란하게 채운다. 어떤 걸 그룹은 어느 중소기업보다 매출 규모가 더 크단다. 그러나 저 뽑힌 연예인들의 그늘에서 인턴 시절(연습생 시절)만 보낸 수많은 비정규직들이 자신의 음악을 채 펴보지도 못하고, 때로는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과 전혀 다른 음악을 주입당하다가 도태되어 버리는 현실이 젊은 노동자들 일반과 별로 다르지 않아서 마음이 아프다.

번호 호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36 2309호 2015.01.04  리지외의 데레사 조욱종 신부  154
35 2310호 2015.01.10  프라하와 몰다우강 조욱종 신부  173
34 2311호 2015.01.18  고흐의 무덤 조욱종 신부  202
33 2317호 2015.03.01  우리가 마지막이 아니다 조욱종 신부  96
32 2318호 2015.03.08  홍어와 우리밀 이야기 조욱종 신부  146
31 2319호 2015.03.15  수목장 관찰기 조욱종 신부  271
30 2326호 2015.05.03  민주화의 거리 조욱종 신부  76
29 2327호 2015.05.10  부산역과 정로환 조욱종 신부  166
28 2328호 2015.05.17  예수님의 경제론 조욱종 신부  79
27 2335호 2015.07.05  문화의 뜻과 의미 조욱종 신부  365
26 2336호 2015.07.12  수호천사가 되고 싶다 조욱종 신부  97
25 2337호 2015.07.19  여행의 계절, 휴가 조욱종 신부  89
24 2344호 2015.09.06  잡초의 재발견 조욱종 신부  207
23 2345호 2015.09.13  정치적 판단, 신학적 판단 조욱종 신부  88
22 2346호 2015.09.20  반환의 주역, 순교자의 후예 조욱종 신부  99
21 2352호 2015.11.01  위령성월을 시작하며 조욱종 신부  126
20 2353호 2015.11.08  변하지 않는 것들과 변하고 마는 것들 조욱종 신부  144
19 2354호 2015.11.15  속된 표현과 상식적인 반응 조욱종 신부  307
18 2303호 2014.12.07  문화의 복음자리를 시작하며 김상효 신부  53
17 2304호 2014.12.14  구급차와 통학버스 김상효 신부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