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천사가 되고 싶다

가톨릭부산 2015.10.08 05:57 조회 수 : 117

호수 2336호 2015.07.12 
글쓴이 조욱종 신부 

수호천사가 되고 싶다

조욱종 신부 / 로사리오의 집 loucho2@hanmail.net

십 대 아이들은 꿈꾼다. 한 손엔 스마트폰 들고 다른 한 손엔 레이저 칼 들고서 하늘로 치솟고 싶다. 땅 위의 학원들을 다 없애고, 불량 성인들을 다 물리치는 붉은 망토 휘날리는 슈퍼맨처럼 하늘을 날고 싶다.

이십 대 청년들은 꿈꾼다, 한 손엔 노트북 들고 다른 한 손엔 스펙자격증 들고서 세상을 어지럽히는 블랙홀들을 물리치고 분배의 정의를 바로 세우며 사회구조를 바로 잡기 위해 음모하는 전사들로 무장하기를 꿈꾼다. 그러나 부모들은 수호천사가 되고 싶다. 아이들이 하늘을 날다가 땅에 뿌리를 내리지 못할까 그것이 걱정이 되어, 증오 때문에 평화의 이름을 잊어버리지 않을까 그것이 걱정이 되어 과감하게 일어나 아이들을 지켜주는 수호천사가 되고 싶다. 부모이기에 아이들의 불행을 외면하지 않는 수호천사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부모들은 아무 데도 가지 못한 채 스스로 냉혹한 노동시장에서 채용과 임금에 묶여 한숨만 내쉬고 있다. 머릿속은 하얗고, 손발엔 쥐가 내릴 뿐,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는 양 한숨만 내쉬고 있다.

그러나 사실 부모가 아이들 문화를 알게 되면, 청년들의 문화를 제대로 읽을 수만 있다면 수호천사가 되는 일도 아주 간단해질 텐데. 사실 아이들의 문화 그 안에는 평화가 강물같이 흐르고 있어 물길을 잘 틀어만 주어도 그들은 천사이고, 희망이고, 미래인 것을 알 수 있기에 말이다. 부모가 먼저 문화의 차이를 스스로 알아챌 수만 있다면 말이지.

그래서 생각한다. 오히려 부모가 먼저 아이들 대신에, 청년들 대신에 하늘을 날아다니며 없애야 할 것을 제거하고, 잘못된 사회구조를 바꾸어 놓으면 될 것을. 그러면 자연스럽게 수호천사가 되어 있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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